[군함도 촬영 현장을 가다]
캠프페이지 세트장 촬영 한창
송중기 해외 팬들 몰려 소동
시민배우단도 단역 참여 화제
사후 역사교육공간 활용 검토

 

춘천역 맞은편에 위치한 캠프페이지.이곳에서는 2017년 흥행 기대작으로 손꼽히고 있는 ‘군함도’ 촬영이 한창이다.배우 송중기가 출연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요즘 영화 촬영장은 중국 관광객들과 팬들의 방문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이들은 송중기를 보기 위해 대형 관광버스까지 대절했다.송중기에게 전달하겠다며 양 손 가득 선물을 들고 온 팬들도 쉽게 만날 수 있다.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영화 제작 관계자들은 촬영 현장을 보려 시도하는 일부 팬들과 마찰을 빚기도 한다.실제로 최근에는 송중기의 첫 세트촬영 소식을 접한 중국 팬들이 무작정 몰려와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일부는 비공개 촬영이 이뤄지고 있는 세트장 앞에서 3시간 넘게 장사진을 쳤다.보다 못한 춘천시가 나서 중국 팬들에게 막국수를 대접,이들의 아쉬움을 달래줬다.드라마 겨울연가에 이어 제2의 춘천 한류를 예고하는 장면이다.

영화제작사 외유내강(대표 강혜정)은 지난 3월 춘천시 공영개발사업소와 부지임대 계약을 맺고 캠프페이지 일대 약 6000㎡(2만평) 규모에 영화촬영 세트장을 조성,올 연말까지 촬영을 진행한다.영화 ‘군함도’는 일제강점기 일본 군함도에 강제징용 된 후 목숨을 걸고 그곳을 탈출하려는 조선인 400여 명의 이야기를 다뤘다.이번 작품의 메가폰을 잡은 류승완 감독은 국내 다수의 영화 촬영지를 놓고 고민하던 중 전 작품 ‘베테랑’에서 같이 일한 촬영감독에게 춘천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춘천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서울에서 1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에 안정적인 기후조건 등 춘천이 이번 영화를 제작하기에 최적의 환경이라고 판단한 류 감독은 지난 3월 초 최동용 춘천시장과 최문순 강원도지사를 각각 만나 촬영에 협조해 줄 것을 부탁하기도 했다.류 감독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영화는 극한의 상황에서 살아야 하는 사람들을 다루기 때문에 무엇보다 배우의 컨디션이 가장 중요한데 춘천은 서울과 인접한 거리에 있어 배우들과 스텝들의 부담을 덜 수 있을 것 같다”며 “소음이 적고 바람도 거세지 않는 등 자연환경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 군함도 감독과 출연 배우들. 왼쪽부터 소지섭·송중기·류승완(감독)·이정현·황정민·김수안

영화 ‘군함도’는 드라마 ‘태양의 후예’로 아시아 톱스타로 떠오른 배우 송중기,3000만 관객 동원의 신화를 쓴 데 이어 최근 영화 ‘곡성’에서 인상깊은 연기를 보여준 배우 황정민,원조 한류스타 소지섭,이정현 등이 출연을 결정하면서 영화계 안팎의 주목을 받고 있다.황정민이 일본으로 보내주겠다는 말에 속아 군함도에 오게 된 경성 호텔 악단장 ‘이강옥’역을,소지섭이 종로 일대를 평정했던 경성 최고의 주먹 ‘최칠성’역을 맡았으며,송중기는 독립 운동의 주요 인사를 구출하기 위해 군함도에 잠입하는 독립군 ‘박무영’역으로 변신한다.이정현은 군함도에 강제로 끌려 온 조선인 ‘말년’역으로 작품에 합류했다.

중국 관광객들을 중심으로 영화 촬영장이 벌써부터 인기를 얻기 시작하자 지자체에서도 영화 촬영 지원과 촬영지 보존을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강원도와 춘천시,화천군,고성군,제작사 외유내강은 지난 12일 도청에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도내 촬영을 지원하기로 했다.춘천에서는 영화의 80%가 촬영되며 화천에서는 독립군 기지를,고성에서는 바다 장면을 촬영할 계획이다.춘천시는 영화 ‘군함도’를 통해 ‘겨울연가’에 이어 또 한 번 한류열풍의 중심도시로 도약시킨다는 계획이다.시는 촬영이 완료되면 세트장을 철거한다는 당초 계획을 수정할 방침이다.최동용 춘천시장은 “철거 보다는 옛 캠프페이지 개발 계획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역사 교육의 공간으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군함도’는 배우이거나 연기에 관심이 있는 시민들이 단역으로 참여해 화제가 되고 있다.전문 배우와 시민 등 1000여 명으로 구성된 ‘춘천시민배우단’은 지난 7월 영화촬영 시작과 동시에 ‘군함도’ 곳곳에서 얼굴을 비추고 있다. 소년 광부 17명,성인 광부 10명,일본 가정집에 사는 사람들 10명 등 고정 단역만 50여 명에 이르고 일일단역으로는 매일 30여 명이 참여,연기에 목말라 있던 지역 예술인들에게 영화 ‘군함도’는 단비같은 존재가 되고 있다.지역 일자리 창출 효과는 덤이다.

소년 광부 역할로 영화에 출연하고 있는 이준혁(춘천고·18) 학생은 “스포츠 캐스터 쪽으로 진로를 정했는데 긴장된 상황 속에 스스로를 많이 노출시켜야 나중에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영화에 참여하게 됐다”며 “한 번 촬영에 들어가면 대기시간까지 포함해 최소 8시간,최대 14시간이 걸리지만 생생한 현장을 볼 수 있어 만족한다”고 말했다.“황정민,소지섭,송중기,이정현 등 주연 배우들을 다 만나봤는데 TV랑 똑같이 생겨서 놀랐다”면서 “매번 봤으니 이제는 익숙해질만도 한데 계속 눈길이 가는 걸 보니 ‘연예인은 연예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영화촬영장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일제강점기라는 아픈 역사를 소재로 한 만큼 영화 ‘군함도’가 올바른 역사 인식 확립에 기여해주길 바라는 이들도 적지 않다.동명의 소설 ‘군함도’를 출간한 한수산 소설가는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영화는 섬을 탈출하는 것이 소재이고 소설은 원폭피해까지 진행이 되기 때문에 중첩되는 부분이 많지는 않지만 군함도를 소재로 했다고 하니 관심이 가는 게 사실”이라며 “류승완 감독을 만나 격려하면서 했던 얘기이기도 하지만 옛 비극적인,치욕적인,처참했던 차별을 받은 역사적 장소이니 영화에서 그 정신만큼은 꼭 살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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