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출장을 다녀오다가 놀라운 장면을 목격했다.인천공항에서 춘천까지 오는 2시간여 동안 버스기사는 승객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 것 같았다.쉴 새 없이 누군가와 통화를 했고 큰 소리로 대화를 주고받았다.운전대에 양손을 올려놓은 채 스마트폰을 조작하기도 했다.중간 중간 맞은편에서 마주치는 버스를 만나면 인사까지 나눴다.목례로 아는 체 하는 정도가 아니라 손을 크게 흔들며 온몸으로 인사를 나눴다.

한 번쯤 운전 중 스마트폰을 하거나 걸려온 전화를 받은 경험이 있거나 그런 유혹을 받았을 것이다.이 과정에서 사고를 내거나 낭패를 본 일이 없지 않을 것 같다.실제로 운전 중 스마트폰 조작으로 인한 사고가 빈발하고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그러나 이런 현실의 문제를 감안하더라도 다중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대형버스기사가 운전 중 이렇게 아무 문제의식 없이 스마트폰을 조작한다는 것은 충격을 준다.

다행히 아무 일없이 목적지에 도착했지만 그건 요행에 가까운 일이다.모든 이용자가 자신의 안전을 요행에 맡기고 버스에 오르지는 않을 것이다.국가의 교통정책을 믿고 운수회사의 기강과 윤리를 믿고 운전기사의 직업의식과 건전한 양식을 믿는 것이다.이것이 바로 공동체를 지탱하게 하는 신뢰자본인 것이다.그러나 이런 모습이 아주 특별한 일이 아니라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며칠 뒤 섬뜩한 외신을 읽었다.헝가리에서 노동자를 태우고 가던 미니버스가 모래운반 트럭과 정면충돌 9명이 숨졌다는 기사다.조사 과정에서 운전기사가 사고 직전까지 찍은 것으로 보이는 영상이 발견됐다고 한다.당시 운전기사가 페이스 북 라이브방송을 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고 한다.희생자들은 슬로베니아 홉 농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었다고 하는데 어처구니없고 안타까운 일이다.

물론 이런 일이 특정국가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 현상이다.그러나 그 해악에 비해 경각심은 미흡하기 짝이 없다.운전 중 스마트폰 사용은 만취운전과 같다고 한다.지난해 우리나라 교통사고 사망의 68.8%가 안전운전 의무위반으로 나타났는데,스마트폰 조작과 같은 전방주시 태만이 큰 요인으로 지목된다.대중교통의 안전이 이렇게 요행에 맡겨진 채 방치돼서는 곤란하다.특단의 대책이 나와야 한다.

김상수 논설실장ssookim@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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