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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시론] 1학년 아이들과 함께 자라기

2018년 01월 11일(목)     이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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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채린 강원도교육연구원 파견교사
▲ 이채린 강원도교육연구원 파견교사
재작년에 교사 노릇 11년 만에 처음으로 1학년 담임을 했다.개학식 전 날에 잠을 설칠 정도로 부담이 컸다.초등학교에 처음 들어오는 아이들,그런 아이들을 만나서 하나부터 차근차근 가르쳐야 한다니,자신이 없었다.그런데 막상 아이들을 만나니 정말 예뻐서 걱정과 불안은 눈 녹듯이 사라졌다.1학년 아이들과 지내는 하루 하루가 소중했다.3월부터 한글 낱자를 익혔는데 5월 무렵에는 뜻하는 바를 대부분 글로 나타낼 수 있었다.한글을 익혀서 쓰면서 글쓰기에 재미가 들었는지 아이들은 6월부터 일기를 쓰겠다고 했다.기대했던 만큼 일기 속에는 예쁜 말,아이들 삶이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2016년 9월 7일 수요일

날씨: 진짜 가을 같았다

제목: 준우에 장난

난 오늘 준우한테 내일 어디가냐고 물었더니 콧구멍에 간다고 장난쳤다.난 웃음이 빵 터졌다.아빠는 장난치지 말고 똑바로 얘기하라고 했는데 ‘모르겠다’ 라고 말했다.난 너무 웃겨서 일기 쓸 때 손이 연필을 꽉 잡을 수가 없었다.난 진짜 웃겼다.(호저초등학교 1학년 최은빈-준우는 은빈이 동생)

10월에 반 아이들을 세 네 명씩 집에 데려왔다.하루쯤은 친구들과 어울려 놀고 자게 하고 싶었다.한 번은 꼭 밥을 함께 먹고 싶기도 했다.밤에 부모님을 찾으며 울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아이들은 그런 걱정이 우스울 정도로 잘 놀았다.

2016년 10월 7일 금요일

날씨: 비가 줄줄 제목: 선생님 집

오늘 선생님 집에 갔다.장을 보고 와서 카레를 먹었다.카레는 맛있다.그런데 호박이 썼다.그래도 카레는 맛있다.선생님 집에서 살고 싶다.아싶다.내일 과학 축제에 갔다.신난다.(호저초등학교 1학년 김유정)

아이들이 즐겁게 일기를 쓰는 동안 나는 그림책을 만들었다.2016년에 그림책여행센터 ‘이담’에서 그림책 작가를 키워내는 과정에 운 좋게 함께 할 수 있었다.한 해가 끝날 때까지 그림책을 한 권 만들어야 했는데,나는 우리반 아이들이 집에 놀러온 이야기를 담아냈다.제목은 ‘선생님 집에 놀러갈래요’.그림을 잘 못 그려서 무척 힘에 겨웠지만 캐릭터를 그리고,시놉시스를 쓰고,스토리보드를 채우고,16 장면을 그려내는 과정이 즐거웠다.무엇보다 아이들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어서 뿌듯했다.

2월 개학식 날.아이들에게 그림책을 나누어주었다.“우와!”,“우리가 이 그림책에 다 나오는 거예요?” 그림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좋아한다.그림에 나오는 아이를 가리키며 “선생님,얘가 저예요?” 물어보기도 했다.그림책과 더불어 아이들 글 모음집 ‘나는 일기가 재미있다’를 나누어주었다.자기가 쓴 일기글,시,독후감이 빼곡하게 들어찬 책을 받아 든 아이들은 그 어느 때보다 빛나는 얼굴이었다.서두르지 않고,천천히,함께 자라나는 길.교사로서,어른으로서 아이들에게 해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자기 삶을 아끼고 사랑하는 법을 알게 하는 것’이란 걸 다시 깨닫게 해 준 한 해였다.



■ 약력 △춘천교대 졸업 △횡성초·횡성 서원초·횡성 성북초교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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