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인 "대회 업체 선정 관여 뇌물요구"·해당 감독 "받은 적 없다"

강원 춘천시의 한 실업팀 감독 A(56) 씨가 매년 열리는 국제대회를 통해 10년 넘게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일 춘천지역 체육계에 따르면 체육계 종사자 몇몇이 "A 감독이 춘천에서 개최하는 국제대회를 통해 지속해서 뇌물을 수수했다"며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내용의 감사제보를 감사원에 접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민원인들은 "대회 창설 초기인 2000년대 초반 대회 개폐회식 운영과 공식 여행사로 참여했으며, 당시 A 감독이 대회 운영에 필요한 납품업체 선정에 관여한 뒤 대회가 끝날 때마다 현금과 향응을 요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A 감독에게 현금으로 건넨 돈만 7천100만원이며, A 감독이 현재까지도 뇌물수수 행위를 이어오고 있을 것이라고 이들은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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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인들은 "대회 기간이면 춘천시 공무원들이 파견돼 대회 조직위원회 업무를 보조하는 방법으로 대회를 진행하는 탓에 A 감독이 사실상 실권을 쥐고 뒷돈을 챙기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회 때마다 다른 공무원이 파견되기 때문에 대회 운영과 관련된 업체를 잘 모르는 공무원들은 실업팀 감독이자 조직위 홍보위원인 A 감독이 추천하는 업체에 수의계약으로 일감을 몰아준다는 것이다.

민원인들은 "A 감독이 업체 선정 과정에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업체들과 갑을관계를 형성했고, 대회 납품 후 뇌물을 지속해서 요구했다. 그 행위가 지금도 계속 이어져 오고 있을 것"이라며 관행적인 뇌물수수 의혹을 제기했다.

이들은 "2000년대 초반 당시 A 감독은 노골적으로 현금만 요구했다"며 "A 감독은 대회 납품업체 선정을 자신이 결정하기 때문에 뒷돈을 주지 않으면 계속 참여할 수 없다는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고 밝혔다.

결국, 이들은 A 감독의 과도한 뇌물요구에 견디다 못해 항의하다 관계가 틀어져 2005년을 끝으로 더 이상의 참가를 포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민원인들은 이 같은 내용을 강원도청과 시청 감사과에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체육계 관계자는 "A 감독은 현재까지도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대회를 통해 엄청난 부당이득을 취하고 있을 것"이라며 "관련 기관에서도 손을 놓고 있어 이런 관행이 뿌리뽑히지 않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와 관련해 A 감독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자신은 그런 적이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A 감독은 납품업체 선정과 관련 "공무원들이 다 하고 나는 감독으로서 보조만 할 뿐 하는 게 없다"며 "돈을 요구한 적도 받은 적도 없고, 밥도 같이 먹은 적도 없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 "해당 대회에 관여해 돈을 요구했다는 의혹으로 지난해 경찰 조사가 이뤄졌으나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고 말했다.

한편 A 감독의 뒷돈을 챙기는 데 이용한 것으로 의심받는 국제대회는 2000년 첫 대회를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10회째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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