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시행 첫날 점심시간
공무원들 식사자리 새 풍경
식당 종업원 바쁜 시간 난처
‘첫 케이스 되지 말자’ 긴장감

낯선 풍경
김영란 법 시행 첫날인 28일 도 농업기술원 지원기획과 직원들이 우두동의 한 식당에서 식사를 마친 후 먹은 음식값을 각자 계산을 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서영

“내건 내가 낼게.깔끔하게 더치페이(각자 계산)합시다.”일명 김영란법 시행 첫날인 28일 낮 12시 강원도농업기술원 직원 5명은 춘천 우두동 한 식당에서 7000원 짜리 해장국을 평소와 같이 맛있게 먹었다.김영란법 시행 전,마지막 날인 지난 27일 저녁회식에서 자유롭게(?) 과음을 한터라 해장국을 뚝딱 해치웠다.식사를 마친 후 직원들은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카운터에 일렬로 섰다.이들은 각자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 종업원에게 “3번 테이블,해장국 7000원이요.”라고 말하며 5명이 돌아가면서 각자 계산을 했다.돌아가면서 카드를 건네받은 종업원은 당황스러운 표정이었다.종업원은 “손님도 밀려 바쁜데 한꺼번에 하시면 안되냐”고 반문한 뒤 “밥을 먹은 손님 모두가 각자 계산을 해달라고 요구한 것은 처음”이라고 어색해했다.직원들은 “우리도 한꺼번에 계산하고 싶지만 법 시행 첫날이라…”며 머리를 긁적였다.

직원들도 점심 자리에서 각자 돈을 내는 새로운 풍경에 멋쩍은 듯한 표정이 역력했다.한 직원은 “허허…이거 공무원 생활 30년만에 이런 경우는 처음인데,이렇게까지 해야하나”라고 헛웃음을 지었다.

한 직원은 “김영란법 첫 케이스가 되지 않기 위해 공무원들 모두 몸을 사리고 있는 분위기다”고 밝혔다.이날 점심 자리에 동석한 취재진 역시 직무관련성 시비를 피하기 위해 밥 값을 따로 지불했다.직원들은 “당분간 저녁 약속을 잡지 않았다”고말했다.

김영란법 시행 첫 날,도내 공직 사회 등 각계는 차분한 분위기 속에 긴장감이 감돌았다.각 청사 구내 식당은 발디딜 틈이 없었고 식당가에서는 식사를 한 뒤 각자 계산을 하려는 손님들로 붐비는 등 지역 사회에 익숙치 않은 풍경이 연출됐다. 박지은 pje@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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