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지원 후 춘천 복귀 도중 사고
블랙박스 손상 가능성
유족도 현장으로 이동

흔적도 없이 사라진 헬기동체 17일 오전 광주 광산구 장덕동 수완지구 아파트 단지 바로 옆 인도에 소방헬기가 추락하며 전원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잔해 앞에 강원소방헬기를 상징하는 GW001 간판이 보인다. 연합뉴스

강원도소방본부 특수구조단 헬기가 세월호 참사 지원활동을 마치고 춘천으로 복귀하던 중 광주 도심에 추락해 탑승자 5명 전원이 숨졌다.

헬기는 17일 오전 10시54분쯤 광주 광산구 장덕동 부영아파트 옆 인도에 추락했다.

이 사고로 헬기에 탑승하고 있던 정성철(52·소방경) 조종사, 박인돈(50·소방위) 조종사, 안병국(38·소방장) 정비사, 신영룡(42·소방교) 구조대원, 이은교(31·소방사) 구급 대원 등 5명이 모두 숨졌고, 인도 버스 승강장에 있던 여고생 1명은 파편에 맞아 부상을 입었다.

지난 14일부터 진도 팽목항에서 세월호 참사 지원활동을 펼친 탑승자들은 이날 팽목항 현장이 우천으로 인해 수색이 불가, 오전 10시49분쯤 춘천 복귀를 위해 광주비행장에서 이륙한 지 4분만에 추락했다.

헬기 동체는 폭발과 화재로 대부분 사라졌고 꼬리와 바퀴 일부만 남았다. 헬기는 상공에서 불이 붙은 상태로 폭발하듯 부서지면서 떨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빙글빙글 회전하면서 떨어졌다는 목격담도 나왔다.

사고 현장 일대는 아파트와 학교, 상가, 원룸 등이 밀집한 신흥 택지지구여서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했으나 조종사가 인명피해를 막기 위해 인도 쪽으로 추락을 유도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이날 사고 즉시 조사관 5명을 현장에 파견해 블랙박스 회수 작업에 들어갔다.

블랙박스는 통상섭씨 1000도 이상의 고온에서도 30분 이상 견딜 수 있도록 설계돼 있으나 사고 당시 동체가 불에 탄 만큼 손상됐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위원회는 판단하고 있다.

문길주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사무국장은 “사고조사의 핵심은 블랙박스 분석”이라면서 “블랙박스의 손상 여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 광주 도심 추락 헬기의 사고 전 모습.

사고 헬기는 독일과 프랑스 합작회사인 유로콥터(Eurocopter)에서 생산된 인명 구조용 기종으로 지난 2001년 8월 제작됐다.

한편 사고 소식을 접한 유족들은 춘천에서 도소방본부가 마련한 차량을 이용해 현장을 찾았다. 도소방본부는 사고수습대책본부를 꾸리고, 현장에 사고수습 인원과 시신이송을 위한 구급차를 급파했다. 영결식은 춘천에서 열릴 예정이며, 절차는 결정되지 않았다. 김정호·류재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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