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가을 태풍 미탁 2개월
강릉·동해·삼척 피해액 미산정
농작물 도복·매몰 기준 모호
자금 부족 내년 농사준비 벅차

[강원도민일보 구본호 기자]“때아닌 가을 태풍으로 1년 동안 지은 농사를 망쳤어.지금부터 내년을 준비해야하는데 이대로 가면 내년 농사도 포기해야 할 상황이야.”

지난 10월 태풍 ‘미탁’으로 경작지가 쑥대밭이 된 농민 김상섭(65·강릉 사천)씨는 한숨부터 내쉬었다.‘미탁’으로 인해 김씨가 짓고 있던 9900㎡(3000평) 규모의 단무지용 무밭이 모두 물에 잠긴지 2개월 지났지만 김씨가 받은 정부 재난지원금은 200만원이 전부다.

김씨는 “30년 동안 농사를 지었지만 이렇게 힘들었던 적이 없었다”며 “정부 지원금 200만원으로는 내년 대파비(파종 구입비)도 안된다”고 하소연했다.

김씨의 밭을 포함해 강릉,동해,삼척 등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됐지만 아직 피해액 산정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논,밭작물은 도복,매몰되는 경우 피해액 산정 기준이 애매모호하고 절차도 복잡하다.이 때문에 지금 당장 피해액 산정에 들어간다해도 지급까지는 빨라야 1개월,길면 수개월 이상 소요된다.김씨는 “과수,축산농가는 정확한 수라도 셀 수 있어 지원금이라도 받지만 벼나 밭농사 하는 사람들은 피해 산정이 쉽지않다”며 “겨울철에는 내년 농사 준비를 해야하는데 자금이 없어 더 늦어지면 내년 봄에 크게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탁’으로 벼농사 피해를 본 신모(58·삼척)씨 역시 어떻게 농사를 지어야할지 막막하다.8900㎡(2700평) 규모의 논에서 80% 이상의 벼가 쓸려내려갔지만 보험사에서 나오는 보상액은 300만원도 안된다.신씨는 “100% 전멸되지 않으면 보상금이 턱없이 적어 정부 지원을 기다리고 있는데 아직 어떻게 하라는 말이 없고 실제 얼마만큼의 지원금이 나올지도 알수 없어 답답한 심정이다”고 말했다.

도 관계자는 “농업관련 보험이 따로 있을 정도로 까다로운게 농가 피해에 대한 보상,지원금 책정이다”며 “정부 지원금을 토대로 농가에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는 지원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구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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