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잣값 지난해 절반 이하로 뚝…“지금 출하하면 생산비도 못 건져”

▲ 출하 못하고 쌓여있는 감자     (춘천=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24일 오전 강원 춘천시 서면 신매리의 저온 저장창고에 출하하지 못한 감자 더미가 가득 쌓여 있다. 강원지역 농가는 감자 가격이 지난해보다 절반 이상 떨어져 출하를 포기한 실정이다. 2019.10.24     yangdo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24일 오전 강원 춘천시 서면 신매리의 저온 저장창고에 출하하지 못한 감자 더미가 가득 쌓여 있다. 강원지역 농가는 감자 가격이 지난해보다 절반 이상 떨어져 출하를 포기한 실정이다. 2019.10.24

“천장까지 쌓인 감자 보이시죠? 가격이 맞지 않아 출하도 못 하는 상황입니다.”

24절기 중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인 24일 오전 강원 춘천시 서면 신매리의 저온 창고에는 출하를 기다리는 감자 자루들이 무더기로 쌓여 창고 꼭대기에 닿을 만큼 높았다.

이곳에서 33년째 농사를 짓고 있는 홍창현(53) 오륜감자작목회장의 마음도 창고를 볼 때마다 서리가 내려앉는 듯 차갑다.

홍 회장은 지난 7월 초 애써 기른 수미·오륜 감자를 흥겹게 수확했다.

밭 3.3㎡당 13㎏ 정도 감자가 나와 풍작이었기 때문이다.

큰 태풍들이 영서 내륙을 비껴간 좋은 날씨에 그의 땀이 더해져 알이 굵고 튼실하게 자란 감자들이 창고를 가득 채웠다.

하지만 홍 회장의 콧노래는 석 달 만에 한숨으로 바뀌었다.

가격이 지난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해 도무지 감자를 출하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창고를 가득 채운 감자 400여t을 보며 그는 다시 걱정에 잠겼다.

홍 회장은 “이맘때면 원래 30% 정도는 출하해야 하는 데 20㎏당 2만원이 안 되는 값으로 팔 수 없는 상황”이라며 “생산비를 건지려면 가격대가 적어도 2만5천원 선은 나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AT센터의 농산물 유통정보에 따르면 이날 수미감자 20㎏ 도매가는 1만9천800원이다.

이는 지난해(4만3천800원)에 비해 2만4천원, 한 달 전(2만1천720원)에 비해 1천920원 떨어진 가격이다.

감자 저장 기간이 길어질수록 하루가 다르게 무게도 줄고 군데군데 부패한 감자가 발생하기 쉬워 농가 손실은 커지는 실정이다.

게다가 12월부터는 제주도에서부터 햇감자가 나온다. 그때까지 가격대가 오르지 않는다면 농가 피해는 더 커질 전망이다.

다만 가을 태풍의 영향으로 남부 지역의 감자 작황이 좋지 못한 이유로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함영훈 강원감자조합공동사업법인 단장은 “제주도의 감자 농사 상황이 나빠서 시간이 지나면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다”며 “지금 (강원지역에) 묶여있는 물량을 움직이긴 힘들어 추이를 지켜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지금의 감자 가격대가 폭락 수준은 아니라는 견해도 있다.

한 농업 관계자는 “지난해 감잣값이 워낙 높다 보니 농민들의 기대심리가 함께 높아진 측면이 있다”며 “평년에 비하면 폭락 수준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임대농의 경우 경작 비용이 자경농에 비해 높아 피해가 클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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