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호주·캐나다 등 향하는 홍콩인도 크게 늘어

▲ 18일 홍콩 빅토리아 공원에서 수많은 인파가 몰린 가운데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및 경찰의 강경 진압 규탄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 18일 홍콩 빅토리아 공원에서 수많은 인파가 몰린 가운데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및 경찰의 강경 진압 규탄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대만에 이민하고 싶어하는 홍콩인의 수가 급증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9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올해 들어 대만 이민청에 홍콩인이 이민이나 체류를 신청한 건수는 2천2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3% 늘었다.

특히 송환법 반대 시위가 본격화한 6월과 7월 홍콩인의 이민·체류 신청은 68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5% 급증했다.
이들 가운데 636건이 대만 이민청의 승인을 받았는데, 이 또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7.4% 급증한 수치이다.

대만 이민청 관계자는 "홍콩인의 신청 건수가 급증해 업무 부담이 크게 늘었다"며 "심사와 승인 절차를 빠르게 진행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대만 법규에 따르면 대만에 가족이 있거나 전문적인 자격이나 기술을 갖춘 사람, 600만 대만달러(약 2억3천만 달러) 이상 투자한 사람, 대만에서 창업하는 사람 등에게 이민 신청 자격이 주어진다.

교사직에서 은퇴한 홍콩인 리처드 웡은 "대만 이민을 알아보기 위해 잠시 대만에 머무르고 있다"며 "지난주에는 내 친구와 그 가족이 타이베이 외곽에 아파트를 구하기 위해 대만으로 왔다"고 전했다.

지난 4월에는 중국 지도부에 대해 비판적인 활동을 했던 홍콩의 출판업자 람윙키(林榮基)가 중국 본토로의 범죄인 인도를 가능하게 하는 송환법의 실시를 우려해 대만으로 거처를 옮겼다.

최근에는 송환법 반대 시위에 참여했던 홍콩 시민 중 수십 명이 경찰의 체포를 피해 대만으로 피신해 정치적 망명을 모색한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2년 전 대만인과 결혼해 대만에서 사는 트레이시 호(26)는 "홍콩의 자치와 관련해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며 "중국은 홍콩에 대한 고삐를 죄고 있으며, 나는 내 아들이 홍콩에서 교육받길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만과 더불어 싱가포르, 호주, 캐나다 등으로 이민을 떠나려는 홍콩인들도 크게 늘고 있다.

송환법 반대 시위가 본격화한 지난 6월부터 홍콩 내 부동산 중개업체나 교육 컨설팅업체 등에는 싱가포르 부동산 투자나 유학 등을 문의하는 전화나 방문객이 급증하고 있다.

부동산업체 '오렌지 티&타이'의 임원 클래런스 푸는 "지난 두 달간 싱가포르 부동산 투자를 묻는 홍콩인들의 문의가 이전보다 30∼40% 늘었다"며 "최근 시위 사태가 분명히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국제학교 ISS는 최근 두 달 새 자녀 입학과 관련해 문의하는 홍콩인들의 수가 올해 초보다 50∼60% 급증했으며, 실제로 입학하는 홍콩인 학생의 수도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홍콩 재벌과 부자들, 외국인 투자자들이 홍콩 내 자금을 빼내 싱가포르로 이전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민 컨설팅 기업을 운영하는 존 후는 "최근 두 달 새 이민 문의가 이전보다 두 배로 늘었다"며 "홍콩인들이 많이 이민 간 호주, 캐나다, 미국 등이 인기 국가로 꼽히며, 대만,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국가들도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한편 송환법 반대 시위대는 오는 주말에도 지난 6월 초 이후 12번째 주말 시위를 예고했으며, 대학생들은 동맹휴학 등으로 시위의 동력을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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