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희 춘천 교동초 교사

▲ 전선희 춘천 교동초 교사
▲ 전선희 춘천 교동초 교사

1학기를 마쳤다.아이들에게 초등 입학 첫 학기가 어떻게 기억되었을까.한 학기를 맺으며 학부모와 아이들 모두 서로 못다 한 이야기가 많을 것이다.

수개월이 지났으나 잊히지 않는 한 마디가 있다.‘선생님이 어린이집 선생님이랑 닮아서 다행이에요.’3월 종례 후 마주한 어느 학부모님께서 주신 말씀이다.‘닮아서 다행’이라는 말을 되뇌며,무엇이 닮았다는 것인지,앞으로도 닮아있어야 하는지,초등 1학년 교사의 정체성에 대해 곰곰이 생각했었다.

첫 자녀 입학을 맞이한 부모님께 ‘유치원과 초등학교가 꽤 달라서 모르는 것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초등 입학이 뭐 그렇게 큰 변화인가.’생각하며 너무 염려치 마시라 했었는데.한 달 사이 정작 내 고민이 깊어져 갔다.

아이들,학부모님과 마주하는 여러 장면에서 ‘초등학생인데,초등학교인데,왜?’라는 생각이 쏟아졌다.미취학과 취학 그 사이,어떤 유리장벽이 존재하는 것일까.이 벽이 무엇인지 깨닫는 데에는 오랜시간이 걸리지 않았다.바로 곁에 있는 병설유치원 덕분에 수없이 던진 ‘왜?’라는 관점을,‘그러면 어떻게?’로 달리할 수 있었다.

우리반 아이들은 교내에서 5∼7살 동생들을 자주 만난다.때때로 놀이터에서 같이 어울려 놀기도 하고,교내 행사에 함께 하기도 한다.덕분에 유치원 선생님들과 아이들 얘기를 나눠보고,유치원 교육과정 운영을 엿볼 기회가 늘었다.유치원 내 물리적 환경이 어떤지,선생님들이 어떻게 지도하는지,아이들은 어떻게 생활하는지,초등과 어떤 점이 비슷하고 다른지.

서로 교육과정 연계를 약속한 것은 아니지만,얕은 수준이라도 이러한 교류 덕에 ‘왜?’라고 되물었던 장면들을 다른 관점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사실,교과전담을 비롯해 3∼6학년 담임을 할 때는,‘나와 만나기 이전 아이들 삶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통로가 다양했다.내가 1도 모르는 아이들과 만나더라도,그 아이들의 성장을 1년 또는 수년간 보아온 교사공동체가 항상 곁에 있었기에,새 학년 변화와 적응이 한결 순조로울 수 있었다.그런데 1학년은 예외다.제각각 다른 유아 교육기관을 졸업한 미지의 아이들과 3월을 시작한다.취학 전 삶에 대해 알 수 없고,‘어서 와,초등학교는 처음이지?’하며 현재를 맞닥뜨리는 수밖에.단절.이것이 내가 느낀 벽이었다.

7살과 8살 아이들의 삶은 분절적이지 않다.3월 어느 날,미취학에서 ‘미’라는 글자를 떼어 냈을 뿐,아이들의 성장발달은 현재진행형이다.누리 교육과정과 초등교육과정은 내용으로는 긴밀하게 연결돼 있지만,‘교류’와 ‘관계’가 더해지지 않은 교육과정은 안타깝게도 단절적이기 쉬웠다.이를 계기로 유치원과 초등학교 사이에 의미있는 연결이 필요하다고 느끼게 되었는데,최근 이것이 나만의 고민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실제로 올해 유·초·중·고 ‘연계 교육과정’에 대한 현장교사들의 온라인 의견수렴이 있었고,도교육청은 초중연계 교육과정 정책연구학교 외에 2021년에 개교하는 가칭 퇴계초·중학교에 대한 초중 통합운영학교 모델연구도 진행중이라고 한다.강원도 밖에서도 ‘연계교육’을 화두로 학교급간 연합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시도하는 사례를 찾아볼 수 있었다.

이러한 변화에 나는 초등교사로서 어떤 상상을 더 해볼 수 있을까.유·초·중·고 아이들 삶이 서로 더 가깝게 맞닿는 미래를 꿈꿔본다.그 연결을 돕는 교사가 되리라 다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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