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진심 담긴 첫 에세이 출간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현장에서 웅장한 테마곡의 주인공이 된 지성이 형을 TV중계로 보면서 믿기지가 않았다.저렇게 대단한 무대에 한국인 선수가 있다니.2019년 6월 완다메트로폴리타노의 그라운드 위에서 내가 그 테마곡을 듣고 있었다.소름이 돋았다.”

지난달 2일 새벽 대한민국 국민들은 밤잠을 설치면서 손흥민의 눈물을 TV로 지켜봤다.세계 최고의 축구대회인 유럽챔피언스리그 토트넘과 리버풀의 결승전이었다.박지성 이후 최초의 챔피언스 결승전.패배를 알리는 종료 휘슬이 울린 후 그는 한동안 그라운드 위를 벗어나지 못했다.‘손세이셔널’,‘소닉’,‘슈퍼손데이’ 등 수 많은 닉네임이 있지만 눈물을 흘릴 때마다 나오는 ‘울보’라는 별명은 손흥민의 진심어린 축구사랑을 느낄 수 있게 한다.그런 손흥민의 진심을 담은 첫 에세이 ‘축구를 하며 생각한 것들’이 나왔다.지난 12일 출간 직후 각종 서점 베스트셀러 리스트 오르는 등 반응이 뜨겁다.


#아버지 손웅정
춘천에서 나고 자란 손흥민은 이번 에세이에서 힘들었던 어린시절을 회상하며 아버지 손웅정 씨와의 이야기를 풀어냈다.아버지는 고집 센 원칙주의자였다.어린 손흥민에게 리프팅과 드리블 훈련만 시켰다.기본기가 완성되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않았다.경기 출전 횟수도 적을 수 밖에 없었다.손흥민은 “아버지의 이론은 간단했다.하나가 되어야 둘로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그가 운영했던 ‘호반이FC’는 이런 유별난 훈련탓에 등록 학생 수가 적었다고 한다.어려운 형편에 120만원 짜리 중고 프라이드를 구입해 손흥민이 축구에만 전념하도록 정성을 쏟았다.후평중 진학 후 아버지 훈련을 받다가 원주 육민관중학교로 전학,전국중학교축구연맹전에서 준우승 했을 때 “온 가족이 기뻐했다”고 회상했다.혹독한 트레이닝은 국가대표가 된 후에도 다르지 않았다.함부르크 시절인 2011년 국가대표팀 차출 이후 불어난 몸무게로 부진하던 손흥민을 휴가기간 춘천에서의 지옥훈련으로 최고의 몸상태를 이끌어냈다.당시 기억에 대해 손흥민은 “정말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도 독일로 돌아갈 때는 “천사처럼 가벼웠다.살면서 이런 컨디션은 처음이었다”고 썼다.

#진행형 레전드
책에는 손흥민의 승부욕과 솔직한 성격,책임감이 그대로 드러난다.손흥민은 지난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끝나고 리버풀 팬들의 환호성이 들리자 “너무 괴로워 귀를 막았다”고 썼다.토트넘 팀 선택 최우선 조건도 출전시간이었다.2015-2016 시즌 프리미어리그에 완벽히 적응하지 못한 손흥민은 “출전보장 문제로 포체티노 감독을 찾아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하소연을 한 적이 있다”고 고백했다.결국 그는 올해 토트넘 올해의 선수가 됐다.

손흥민의 기록을 따라가다 보면 한국축구의 최근 10년간 여정이 그려진다.경기 내용이야 대부분의 팬들이 아는 사실이지만 교통비가 없어 훈련장까지 걸어다니고 생활비가 부족해 한국음식을 사먹는 것도 사치였던 손흥민,지독한 향수병에 시달리던 ‘진행형 레전드’의 뒷얘기가 팬이 아닌 독자가 보기에도 뜨겁게 읽힌다.에필로그에서 손흥민은 “대표팀을 향한 관심이 주말마다 동네에서 열리는 축구 현장으로 퍼지는 광경을 꿈꾼다”며 K리그에 대한 사랑을 당부하기도 했다.춘천에서 손흥민과 함께 강원FC경기를 응원할 날이 기다려지는 것은 왜일까. 김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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