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경력 문화재 큐레이터
자연·역사·문화 50개 키워드
5가지 도보 코스 부록 소개

▲ 정동진 새해 일출.
▲ 정동진 새해 일출.


작은 도시 강릉 안에 이야기가 차고 넘친다.경포와 정동진,안목 커피거리에는 사람들도 빼곡하다.하지만 소나무 군락지 속 가랑비에 젖은 솔잎을 밟아 본 이는 몇이나 될까.

강릉사람 정호희가 쓴 ‘여행자를 위한 도시인문학:강릉’은 속 깊은 도시 여행자의 인문학 욕구를 채워줄 강릉 안내서다.강릉오죽헌·시립박물관에서 문화재 큐레이터로 30여년간 일한 저자는 강릉 사람들만 알 법한 도시의 파편들을 자연,역사,문화,풍습 등 50가지 키워드로 엮었다.

책은 총 5부다.강릉의 지형적·문화적 경계인 ‘대관령’에서 1부가 시작돼 경포와 오죽헌,주문진항,정동진,소금강 등 지역을 상징하는 장소에 서린 역사적 내용을 풀어낸다.1200년 전 왕권 투쟁의 역사를 보여주는 명주군 왕릉과 천년 고찰인 굴산사지,한송사지,보현사를 소개하고 아름다운 장원인 선교장 등 도시의 문화유산을 2부에서 만날 수 있다.

3부는 오늘날의 강릉 모습이다.옛 명성과 현대 문화가 어우러진 구도심 명주동을 지나 다양한 먹거리가 있는 중앙시장,커피거리로 명성이 높아진 안목해변,독특한 주제의 박물관들,헌화로와 바다부채길,정동진독립영화제 등 젊은 도시 여행자들이 가볼만한 체험의 길로 안내한다.마을 촌장을 모시고 합동 세배를 올리는 위촌리 도배 풍습,“셋이 모였으니 계나 하자”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강력한 내부 결속 문화 등도 설명돼 있다.

책을 위해 숙제하듯 매일 걸었다는 저자는 ‘걸어서 강릉 인문여행’ 5코스를 부록으로 묶어 소개했다.대관령 옛길과 솔향수목원,보현사를 거쳐 소나무 군락지 속 솔향에 푹 빠져도 좋고,대관령 산신당에서 시작해 굴산사지,단오제전수교육관을 차례로 들러 천년단오의 신을 마주할 수도 있다.허균·허난설헌,율곡이이,신사임당,김시습 등 역사 속 인물들의 발자취를 따라 호수길을 천천히 돌아봐도 즐겁다.

정 작가는 “글을 쓰기위해 걷다보니 평소 보지 못했던 것들이 눈에 띈다.한 도시에서 다양한 경험을 선택적으로 즐길 수 있다는 것은 축복에 가깝다”며 “여행자들이 강릉에 직접 걸으며 도시를 이해하길 바란다”고 했다.올 여름 강릉의 예향을 더 짙게 느끼고 싶다면 짐꾸리기 전 후루룩 읽고 떠나보자.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