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작시 76편 묶은 결과물 출간
2016년 촛불집회 담은 시 눈길
면벽
강세환

벽면과 마주한 채 써 내려간 시.


강세환(사진)의 연작시 76편을 묶은 시집 ‘면벽’의 언어들은 정형화되지 않았다.저항과 소탈,그 사이 어딘가에서 가감없는 감정을 써 내려간다.

시인은 서문을 통해 “십 여 년 동안 틈나는 대로 어떤 벽면과 면벽한 결과물”이라고 했다.그렇다면 시인에게 벽이란 무엇일까.2016년 촛불집회 당시 시인은 대나무 숲에 외치듯 시를 썼다.서로 다른 사람들이 모였지만 시선은 한 곳을 향했다.수도승의 면벽수행과 달리 시인에게 벽은 시선이었다.타인의 시선을 놓치지 않고 함께 있었기에 시는 완성됐다.

강세환의 시는 쉽다.국도 7호선과 동해안이 배경이고 친구들과의 술자리도 시적 대상이다.그다지 복잡하지 않고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것이 장점이다.나사 하나 빼 놓은 듯한 우리 일상과도 닮았다.시인에게 동해 송정동은 ‘내 청춘이 열아홉살쯤에서 더 자라지 못한 곳(면벽76-동해시 송정동)’이고 ‘면벽67-상원사 길’에서는 ‘나는 아직도 저 나무가 낯설다/그러나 나도 나무가 되어간다’고 생각한다.양구 백자를 보고는 ‘울음도 없고/웃음도 없다.그저 잠시 허공같다(면벽98-양구백자2)’고 느낀다.‘강원도 글쓰는 후배들도 꺼내지 말자(면벽80-과음)’고 했다가 ‘내 시의 골목길 끝에는 7번 국도가 있다(면벽81-7번 국도)’고 한다.

문학 평론가 황정산은 “혁명과 초월은 양자택일적인 것이 아니다.시는 혁명이며 해탈이다.강세환의 시들이 그것을 말해준다”고 해설했다.시인은 강릉 주문진 출생으로 1988년 창작과 비평 겨울호에 ‘개척교회’등 6편을 내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월동추’,‘바닷가 사람들’,‘벚꽃의 침묵’,‘우연히 지나가는 것’등을 펴냈다.현재 서울 혜성여고 교사로 재직중이다.도서출판 천년의 시작. 김진형




그날 당신의 등 뒤에서 촛불 하나 들었다

화염병도 아니고 죽창도 아니고 촛불 하나 들었다

토요일마다 촛불하나 들었다

시위 한 번 한 적 없는 집사람도

촛불하나 들었다

정육점 사장도 미장원 원장도

가게 문을 닫고 촛불 하나 들었다

난생처음 국가원수를 대놓고 거칠게 욕하는 노인들도 있었다

그도 촛불 하나 들었다

음식점은 비었고 치킨집도 영화관도 쌀집도

텅텅 비었다

누군가는 황소를 끌고 왔다

그도 촛불 하나 들었다

비로소 촛불 하나가 빛이 되었다

- 강세환 作 ‘면벽56-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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