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단위 집배원 거리·시간 싸움
도로 사정 열악 허리통증 예사
처우개선·인력증원 요구 집회

횡성우체국 소속 집배원 고동명(48)씨는 올해로 집배원으로 25년째 근무하고 있다.고씨의 일과는 오전 7시 30분쯤 출근해 30~40여분 동안 우편물 분류작업을 한 뒤 오전 8시 집배업무에 나선다.우편물 분류작업은 공식업무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추가 근무수당은 기대도 하지 못한다.

그는 하루 평균 서원면 지역 우편·등기 700여통과 30여개 택배 물량을 전달하기 위해 오토바이를 끌고 나선다.하루 이동거리는 대략 100㎞.도로상태가 좋지 못한 시골 지역을 안전모를 쓴 채 오토바이로 다니다 보니 허리와 목,어깨통증은 기본이다.서원면 담당 동료 집배원 1명이 휴가를 가거나 경조사로 나오지 못하면 집배업무는 감당할 수 없이 밀려든다.격주 토요일 택배 배송업무는 고씨를 더욱 힘들게 하는 것 중 하나다.고씨는 “군 단위 집배원들은 도시보다는 물량부담이 덜하지만 거리 이동과 시간에 쫓겨 산다”며 “단 1~2명의 집배인력을 증원하고 다른 공무원들처럼 토요일 업무 부담만 없다면 그것으로 족하다”고 호소했다.강원우정노조에 따르면 최근 3년 간(2017~2019년) 고씨처럼 격무에 시달리는 도내 집배원들의 안전사고는 모두 86건으로,이 중 2명이 사망하고 20명이 중상을 입었다.지난 2010년 이후로 확대하면 강원우정청 소속 집배원 16명이 암질환과 뇌심혈관계질환,교통사고 등으로 세상을 떠났다.

도내 집배원들은 지난달 13일 충남 공주우체국 소속 30대 집배원의 과로사 소식이 전해지자 “다음은 내 차례일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에 피켓을 들고 거리에 나섰다.전국우정노조 강원본부는 지난 4일 원주의료원 사거리에서 인력증원과 토요택배 폐지를 요구하며 집회를 가진 데 이어 오는 30일 청와대 앞에서 소속 노조원 700여명이 전국단위 상경투쟁에 동참할 계획이다.

이윤범 강원우정노조 교육홍보국장은 “폭염과 혹한에도 도내 집배원들은 인적이 드문 산골 오지마을까지 우편물을 전달하고 있지만 돌아오는 것은 죽음의 그림자 뿐”이라며 “집배원들의 휴게,휴식보장 등 처우개선과 인력증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윤왕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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