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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수 칼럼]이층 밥은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2019년 06월 11일(화)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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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수 논설실장

김상수 논설실장
김상수 논설실장

얼마 전 영월 방면으로 출장 가는 길에 한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렀다가 이층 밥을 먹게 되었다.설익어 이층이 된 것이 아니라 두 그릇이 작의로 포개진 이층이다.오후 2시 행사시간이 어중간해 점심 요기나 할 생각으로 들렀다가 그리 됐다.막 유월의 초입에 들어선 때인지라 좀 덥기는 했지만 모처럼 맑고 상쾌한 날씨였다.신록은 하루가 다르게 짙어가고 유행하는 말로 안구(眼球)를 정화해 주는 것 같았다.약간은 들뜨기까지 했던 기분은 얼마가지 않아 보기 좋게 깨지고 말았다.

간편한 식사를 주문했는데 이층 밥이 나온 것이다.이전에도 어디선가 거북하게 받아든 적이 있는 이층이었다.먹는 것에 까다로운 편이 아니지만 기분은 돌을 씹거나 머리카락이 나온 것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밥그릇의 절반쯤에 이르자 너무나 분명한 사면(斜面)의 단층이 드러났다.꾹꾹 눌러 떡이 진 밥은 위아래 분리된 채 드러났다.의도적 이층이 아닐 것이라고 외면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이층이 너무 확연해서 의문을 갖거나 슬그머니 물러날 명분을 주지 않았다.

고속도로 휴게소는 여행 중에 잠깐 휴식을 취하고 간편하게 끼니를 해결해 주는 고마운 곳이다.기본 에티켓만 지키면 피차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벼르고 별러서 찾아가거나 까다로운 입맛을 맞추려 전전긍긍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장거리 운전 중 졸음을 쫓거나 잠시 휴식을 취하고 허기를 채우는 것으로 충분한 것이다.이런 게 휴게소의 존재이유이자 정체성이 아닐까 한다.과도하게 격식이나 예를 차릴 것도 구태여 서로 까다롭게 굴게 없는 동네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층 밥은 상식과 기본을 벗어나도 한참 벗어나 있다.모든 밥상은 주인의 수고와 정성으로 만들어지고 마음이 담기게 마련이다.아무리 인스턴트식품이 판을 친다고는 해도 밥상에는 이런 기본이 있어야 한다.밥상은 속일 수가 없는 것이다.같은 재료를 쓰고도 맛이 제각각인 게 음식이다.손맛이라고 하는 것도 다 그 보이지 않는 수고와 마음이 담겨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하물며 누가 봐도 이층인 밥을 내놓은 것은 손님을 대하는 마음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간혹 밥을 먹다가 돌을 씹거나 머리카락을 발견하고 기분이 상한 경험이 한번쯤 있을 것이다.그러나 누구도 일부러 이물질을 집어넣었다는 상상을 하지는 않는다.부주의를 탓할 수는 있겠으나 식당 주인의 의도를 의심하거나 캐묻지는 않을 것이다.이층 밥은 다르다고 본다.이층 밥은 부주의 때문에 만들어지는 실수의 산물일 수가 없다.남겨져 반쪽이 된 두개의 공기를 하나로 만들겠다는 분명한 생각과 자발적 행동이 있어야 한다.이물질이 든 밥과 이층 밥은 한참 다르다.

이런 밥상을 받고 어떤 생각이 들지는 자명하다.화가 치밀고 모욕을 당한 기분이 들 것이다.그날 이층 밥의 상태로 봐서는 그 밥상을 받게 될 누군지 모를 그 손님에 대한 예의나 배려는 아예 빠져 있었다.곧 피서 철이 다가오고 고속도로 휴게소는 인산인해를 이룰 것이다.러시안룰렛처럼 재수 없게 배당된 이층 밥을 받아들고 휴가 기분을 망쳐버린 사람이 또 나오지 말란 법이 없는 것이다.이러니 먹을 것 마실 것 바리바리 싸가지고 다니겠다는 생각을 하는 게 아닌가도 싶다.

여가 플랫폼 야 놀자와 취업포털 잡 코리아가 최근 올 여름 휴가 트렌드 조사 결과를 내놨는데,제주(37.9%)에 이어 강원도가 여름휴가지 선호도 2위(22.9%)에 올랐다.눈여겨볼 대목은 휴가의 만족도 항목이다.전체 응답자의 88.6%가 ‘맛있는 식사’를 꼽았다고 한다.자연경관을 제치고 음식이 1순위에 올랐다.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이 괜히 생겼을까.고속도로 휴게소는 여행자의 쉼터이자 관광의 관문이다.이층 밥을 내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우는 범하지 말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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