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시절 국회의원 선거에 불법 개입한 혐의를 받는 강신명(55) 전 경찰청장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김성훈 부장검사)는 3일 공직선거법 위반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강 전 청장을 구속기소 했다.

이와 함께 강 전 청장 시절 경찰청 차장을 지낸 이철성 전 경찰청장, 김상운 당시 경찰청 정보국장, 박기호 당시 경찰청 정보심의관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기소 됐다.

당시 청와대의 현기환 정무수석과 박화진 치안비서관, 정창배 치안비서관실 선임행정관, 이모 정무비서관실 선임행정관 등 전직 정무수석실 관계자 4명도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강 전 청장 등은 2016년 4월 20대 총선 당시 친박(친박근혜)계를 위한 맞춤형 선거 정보를 수집하고 선거대책을 수립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당시 경찰청 정보국이 지역 정보 경찰 라인을 동원해 ‘전국 판세분석 및 선거대책’, ‘지역별 선거 동향’ 등 노골적으로 선거에 개입하는 정보문건을 생산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2012∼2016년 청와대·여당에 비판적인 진보교육감, 국가인권위 일부 위원 등을 ‘좌파’로 규정하고 사찰한 혐의도 받는다.

이들 개별 범죄사실에는 언론사 노조 동향 파악, 좌파 연예인 동향 파악 등도 포함됐다.

검찰은 정보 경찰의 ‘최종 윗선’으로 현 전 정무수석을 지목했다.

현 전 수석의 지시에 따라 치안비서관이 경찰청 정보국에 정보활동을 요구했고, 이에 따라 생산된 정보활동 결과는 ‘별보’, ‘정책자료’ 등의 형식으로 작성돼 다시 치안비서관실을 통해 정무수석에게 보고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처럼 청와대 정무수석실의 지시가 경찰청 정보국에 즉각 전달·실행될 수 있었던 이유는 엄격한 업무 평가 시스템 때문으로 분석됐다.

청와대의 관심사와 요구사항에 맞지 않는 정보 보고서는 내부 보고 과정에서 채택되지 않고, 해당 경찰은 가점 평가를 받기 어려운 구조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시스템 속에서 일선 정보경찰들은 스스로에 대해 “점수의 노예”라고 한탄하면서도, 정보국에서 자신의 문건이 채택되도록 하기 위해 위법한 정보수집을 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예를 들어 ‘2016.9. 외근정보관 첩보 평가기준’에 따르면 치안정보와 무관한 ‘대선 공약집 입수(사전 입수시)’를 가장 높은 점수로 매기는 정보활동 중 하나로 분류하고 있다.

검찰은 청와대 요청으로 작성하는 ‘정책정보’는 실무자가 임의로 작성할 수 없고, ‘경찰청장-차장-정보국장-심의관’ 등 지휘부의 승인·지시를 받아 작성하는 구조임을 파악했다.

다만, 검찰은 이번 사건에서 박 전 대통령까지 관련된 부분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이번 수사를 계기로 정보 경찰의 불법행위 실체에 접근할 수 있었다”며 “선거사범을 수사해야 할 경찰공무원이 오히려 특정 정치세력을 위해 조직적으로 선거에 개입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이어 “2012년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을 계기로 공무원 선거개입 범죄에 대해 공소시효를 10년으로 늘리는 등 공직선거법을 강화하는 법률개정이 이루어졌음에도 선거개입 정보활동을 지속한 것으로 사안이 중대하고 죄질이 불량하다”고 부연했다.

검찰의 정보경찰 수사는 이명박 전 대통령 수사과정에서 나온 이른바 ‘영포빌딩 문건’에서 출발해 박근혜 정부 정보경찰의 직권남용 의혹으로 확대됐다.

경찰은 영포빌딩 내 다스 비밀창고 압수수색 과정에서 불법 소지가 있는 문건 130여 건이 나오자 진상조사단을 꾸리고 정식 수사에 착수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을 앞두고 검찰이 ‘경찰의 비대화’를 핵심 근거로 조정안을 반대하고 있어 이번 수사과정은 양쪽 기관의 첨예한 관심사였다.

그러나 검찰은 “이번 수사는 영포빌딩 문건이 우연히 발견된 것이 계기가 됐다”며 “수사권 대상과 관련해 시점을 임의로 조정할 수도 없고 조정한 사실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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