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아프리카돼지열병 긴급상황점검회의     (세종=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 이재욱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이 3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 재난상황실에서 농식품부 관계자들과 북한의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에 따른 긴급 상황점검회의를 열고 있다.  2019.5.31     zji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이재욱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이 3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 재난상황실에서 농식품부 관계자들과 북한의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에 따른 긴급 상황점검회의를 열고 있다. 2019.5.31
아프리카돼지열병(ASF)으로 중국, 베트남 등 여러 아시아 국가가 이미 큰 피해를 본 가운데 특히 북한은 더 취약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ASF 확산을 막는데 필요한 방역 역량이 부족할 뿐 아니라 주민들이 육류를 섭취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살처분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정부에 따르면 북한은 ASF 발병 사실을 지난 30일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 공식 통보했다.

북한은 ASF가 발병한 자강도 우시군 북상협동농장에서 사육 중인 돼지 99마리 중 77마리가 폐사했으며, 22마리를 살처분하는 등 방역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에 따르면 북한은 ASF 같은 가축 질병의 확산을 막을 방역 역량이 일단 취약하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WFP)은 지난 3일 ‘북한의 식량안보 평가’ 보고서에서 ASF 위험을 지적하면서 “북한은 시험장비와 물자 부족으로 인해 가축 질병을 발견하고 통제할 역량이 매우 약하다”고 진단했다.

북한 농업·식량 전문가인 권태진 GS&J 북한동북아연구원장도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북한은 축산물 분야가 우리보다 약하고 방역체계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취약하다”며 “사회주의 국가니까 모든 이동을 차단하기는 쉽겠지만, 기술적으로는 약하다”고 말했다.

실제 북한은 구제역이 확산한 2011년과 2014년 방역에 필요한 백신과 관련 장비 지원을 FAO에 요청하기도 했다.

북한이 주민들에게 집에서 돼지를 자체적으로 기르는 정책을 장려한 점도 방역을 어렵게 한다.

사료 대신 남은 음식물을 돼지에게 주는 게 ASF 발병 원인으로 꼽히는데, 사료는 커녕 먹을 식량도 부족한 북한 주민들은 남은 음식물을 사료 대신 주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군부대나 공장·기업소, 농장 등 비교적 큰 규모로 돼지를 키울 경우 이들 지역을 중심으로 방역망을 구축할 수 있지만, 개별 가구에서 한두 마리씩 키우는 것을 완벽히 통제하기는 쉽지 않다.

더욱이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에 대한 두려움보다 당장의 배고픔이 더 큰 주민들이 방역 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ASF가 인체에 해롭지 않다는 이유로 감염된 돼지를 살처분하지 않고 팔거나 폐사한 돼지의 고기를 돈벌이 차원에서 밀매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탈북자는 “북한 주민들은 과거 조류독감 때에도 당국의 눈을 피해 살처분이나 폐기해야 할 가축을 시장 등에서 은밀히 거래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만성적인 식량난과 먹거리 부족으로 인해 돼지열병 같은 가축 질병 정도는 개의치 않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라고 말했다.

북한 당국도 이런 가능성을 인식한 듯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31일 특집기사에서 ASF의 발병과 심각성을 소개했다.

노동신문은 바이러스가 “채 익지 않은 돼지고기, 절인 고기 속에서도 얼마든지 생존하며, 냉동고기 속에서도 오랫동안 살아있을 수 있다”며 “(돼지)피와 배설물, 뜨물(돼지먹이) 속에서도 단시일 내에 사멸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북한 내 주민의 지역 간 자유로운 이동이 쉽지 않고 차량이 많지 않아 바이러스가 인구이동을 통해 확산할 경로가 많지 않은 점은 그나마 긍정적인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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