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진 수필가

아까시나무는 1891년 일본 사람 사가 키가 처음 들여왔으나 미국 태생 나무다.자라날 때 잘라도 곧 싹이 나올 만큼 생명력이 강하고 불땀이 좋아 땔감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고 치산녹화에 큰 공을 세웠다.꽃 속에는 질 좋은 갈색 꿀을 잔뜩 품고 있다.우리나라 꿀 생산의 70%를 차지할 정도다.쓰임새 또한 많다.재질이 누르스름한 색깔에다 단단하고 무늬가 일품이라 느티나무와 함께 최고의 나무로 친다.고급가구를 만드는 재료로 없어서 못 쓴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좋은 기억으로만 남아 있지는 않다.토종나무를 죽이고 조상 산소에 해악을 끼치는 망나니라고 싫어하는 이들이 많다.산을 망치려고 일제가 일부러 심었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이는 나무의 특성을 잘 모르는 사람들의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아까시는 다른 나무가 잘 자라지 못하는 메마르고 헐벗은 민둥산에서도 살아갈 수 있다.민둥산이 많은 우리로서는 우선 심어서 살 수 있는 나무를 찾던 중에 선택된 나무가 바로 아까시였을 뿐이다.

이 나무는 대체로 20~30년의 청년기를 지나면 갑자기 자람이 나빠지면서 서서히 주위의 토종나무에 자리를 내준다.한때 그렇게 많던 아까시 숲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걸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다.아까시가 또 한가지 미운 건 조상의 산소 속을 막 뚫고 들어가는 버릇이다.요즈음은 석관을 쓰는 댁이 많으므로 뚫고 들어갈 수 없는 묘가 많다.이 나무는 줄기를 죽여버리면 뿌리는 자연히 썩어 없어지니 안심해도 된다.아까시나무는 쓰임새가 많기도 하다.어린잎과 꽃은 나물로 이용하고,변비나 오줌소태가 났을 때는 뿌리껍질을 달여 먹는다.이렇게 여러모로 고마운 아까시나무,상은 못 주더라도 미워하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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