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후원을 받는 대신에 정부의 사업권을 약속하는 듯한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공개돼 파문의 중심의 선 하인츠크리스티안 슈트라헤 오스트리아 부총리가 전격 사퇴했다.

극우 성향의 자유당을 이끄는 슈트라헤 부총리는 18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어 자리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그는 TV로 중계된 이날 회견에서 감정에 격해진 듯한 모습으로 “제바스티안 쿠르츠 총리에게 사표를 제출했고, 총리가 이를 수락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부인과 다른 사람들에게 용서를 구하면서 “멍청하고, 무책임하며, 실수였다”고 자책하면서도, “아무런 불법도 저지르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오스트리아 정가는 슈트라헤 부총리가 2년 전 스페인의 이비사섬에서 한 여성과 대화하는 장면이 찍힌 은밀한 동영상이 전날 공개되며 발칵 뒤집혔다.

부총리가 되기 불과 몇 달 전에 촬영돼 슈피겔, 쥐트도이체자이퉁 등 독일 매체 두 곳에 실린 이 동영상에서 그는 러시아의 신흥재벌(올리가르히)의 조카라고 스스로를 밝힌 여성에게 정치적·재정적인 후원을 받는 대신에 정부 사업권을 부풀려진 가격에 줄 수 있다는 대화를 나눴다.

이 같은 동영상이 공개되자 야당은 즉각 그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자유당은 동영상이 불법으로 촬영됐다며 법적인 대응을 하겠다는 방침을 내비쳤으나, 슈트라헤 부총리는 전방위적인 비판에 결국 동영상 공개 하루 만에 사퇴 회견을 하고 고개를 숙였다.

오스트리아 의회 제3당인 자유당은 제1당인 우파 국민당의 연립정부 파트너다.

1950년대 나치 부역자들이 만든 자유당은 줄곧 비주류에 머물렀으나, 2017년 총선에서 제3당으로 도약하며, 유럽에서는 극우 정당으로는 처음으로 내각에 참여했다.

자유당은 그러나 최근 당 외부 연결 단체인 극우 성향의 ‘정체성 운동’ 대표가 뉴질랜드 이슬람 사원에서 총기 난사를 했던 브렌턴 태런트로부터 기부금을 받은 게 드러나 도마 위에 올랐고, 슈트라헤 대표 역시 잦은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다.

슈트라헤 부총리는 이날 회견에서 자신이 내려놓은 부총리직과 자유당 대표 자리는 노르베르트 호퍼 교통장관이 이어받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호퍼 장관은 2016년 1월 실시된 대선에 출마했으나, 전 녹색당 당수 알렉산더 판데어벨렌 현 대통령에 근소한 차이로 패한 인물이다.

슈트라헤 부총리는 이어 “어떤 상황에서도 내 잘못된 행동이 이 정부가 붕괴하는 구실로 작용하길 원하지 않는다”며 고개를 들고 있는 조기 총선 전망을 진화하려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한편, 오스트리아 정계는 이날 오후 예정된 쿠르츠 총리의 담화에서 어떤 발표가 나올지를 주목하고 있다.

쿠르츠 총리가 이번 일을 슈트라헤 부총리를 호퍼 장관으로 교체하는 것으로 봉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의회를 해산해 조기 총선을 실시하는 쪽을 택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쿠르츠 총리는 최근 들어 인종차별적 발언과 극단적인 극우 단체와의 연계 등으로 물의를 빚은 극우 자유당과 부쩍 거리를 둬 왔다.

조기 총선이 소집되면 2017년 12월 출범한 오스트리아 우파-극우 연정은 1년 반 만에 막을 내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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