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비다운 비소식 전무
철원 직탕폭포 바싹 말라
가뭄에 밭작물 발아 못해

▲ 극심한 가뭄으로 영농현장에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17일 춘천시 신북읍 율문리의 한 고구마 밭에서 고구마 순이 말라가고 있다.  서영
▲ 극심한 가뭄으로 영농현장에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17일 춘천시 신북읍 율문리의 한 고구마 밭에서 고구마 순이 말라가고 있다. 서영

봄철 비소식이 장기간 끊기면서 농업용수 확보를 위해 전쟁을 치르고 있는 농가들의 신음소리가 커지고 있다.지난 1978년 토교저수지 준공 이후 가장 극심한 봄 가뭄을 겪고 있는 철원평야.이곳은 잘 갖춰진 저수지 덕분에 모내기는 그럭저럭 끝나가지만 이 상태로 보름 정도 비가 오지 않을 경우 농업용수는 고사하고 식수까지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저수지를 채우려 물을 끌어올리는 바람에 마를 날 없던 한탄강은 실개천으로 변했다.

17일 오전 철원 갈말읍 정연리에서 만난 한 농민은 “가뭄 탓에 매일 기상관련 뉴스를 챙겨보고 있는데 이달 중엔 비다운 비소식이 들리지 않아 속이 탄다”고 하소연했다.봄가뭄이 장기화되면서 철원군민들의 젖줄인 한탄강과 화강도 최근들어 곳곳에 하얗게 강바닥을 드러낼 정도로 양수할 수 있는 물량이 점차 고갈되고 있는 실정이다.직탕폭포 인근에서 만난 또다른 주민은 “강을 바라보고 30년째 장사를 하고 있지만 직탕폭포가 올해처럼 바짝 마른 것은 처음”이라며 “물이 마르니 손님의 발길마져 끊겼다”고 고개를 저었다.

철원·동송에 비해 저수지가 부족한 김화지역은 더 심각했다.현재 잠곡저수지와 준공 전인 풍암저수지의 물을 받아 모내기를 진행하고 있지만 상류하천이 마르면서 저수량이 뚝뚝 떨어져 모내기 이후의 물대기가 걱정이다.군과 농어촌공사 등 관계기관에서는 하천 바닥을 굴착하는 등 보조수원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단솥에 물 붓기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이날 오후 춘천시 신북읍 산천리의 한 감자밭에서 만난 농민 최근숙(56·여)씨도 “비가 한방울도 올 생각을 안하니 땅은 마르는데 하늘만 쳐다보고 있다”며 한숨부터 내쉬었다.최 씨의 감자밭은 고랑마다 바싹 마른 흙위로 잡초마저 노랗게 말라 비틀어져 있었다.이상고온 탓에 6월은 돼야 피는 감자꽃은 벌써부터 곳곳에 하얗게 만개했다.최 씨는 “지난 9일에 심어놓은 땅콩,참깨는 벌써 싹이 났어야 하는데 아직도 씨앗이 그대로”라며 비소식을 간절히 기대했다.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가장 많은 물을 소모하는 모내기가 거의 완료됐기 때문에 현재 저수량만으로도 두 달 정도는 더 버틸 수 있다”며 “보조수원공과 간이양수장 등 용수개발을 하고 있지만 농업인들도 물을 아껴 쓰는 등 협조해주길 당부한다”고 말했다. 안의호·박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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