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여년 기다림, 후원자-아동 기적같은 만남
부둠바 지역 인구 56% 아동
3700여명 한국후원자와 결연
모니터링단 다양한 선물 준비
후원 아동 만나 반가움 전해

▲ 이난성 양양군보건소장이 15년 동안 후원한 조셉을 위해 직접 구매한 옷을 전달하고 있다.
▲ 이난성 양양군보건소장이 15년 동안 후원한 조셉을 위해 직접 구매한 옷을 전달하고 있다.

“그 아이를 만난다는 건 기적이겠지?”

식수시설,교육환경 등 열악한 상황들을 목격하고 개선된 사례들을 살핀 모니터링단의 일정은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모든 것이 낯선 이곳에서의 빠듯한 일정으로 지쳐갈만도 하지만 후원아동을 직접 만날 마지막날이 다가오자 아이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자 다들 기운을 차렸다.모니터링단은 각자의 마음을 담은 선물들을 각각 한국에서 공수해왔다.아이를 위한 운동화부터 축구공 그리고 이곳에서 요긴하게 사용된다는 옷핀이나 고무줄까지 사소한 물건이지만 이들을 깊이 배려한 듯한 실용적인 선물들이 주를 이뤘다.

▲ 이재호 도자원봉사센터장이 후원아동과 가족들에게 선물을 전달하고 있다.
▲ 이재호 도자원봉사센터장이 후원아동과 가족들에게 선물을 전달하고 있다.

부둠바 지역은 우간다 동부 부탈레자 지방의 부뇰레 군에 속하며 16만여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부둠바 지역 총 인구의 56%가 아동이며 3700여명의 아동이 한국 후원자들과 결연을 하고 있다.모니터링단은 모두 부둠바 지역 아동들과 결연을 했다.후원 아동은 마을과 월드비전이 회의를 통해 마을에서도 가장 환경이 어렵거나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로 선정된다.모니터링단과 직접 결연한 아동은 15명이지만 여전히 결연을 통해 직접적인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이 많다.지역민에 따르면 마을에서 열다섯 명이 선정됐을 때 다른 아이들에게도 소문이 나서 모두들 부러워한다고 전했다.이들에게 자신들에게 도움을 주는 한국의 후원자들은 마치 영웅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월드비전은 지역개발사업을 통해 마을과 지역의 온전한 자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한국 후원자가 후원을 시작하면 일부 금액은 결연아동을 위해 사용되지만 일부는 마을자립을 위한 지역개발사업에 사용돼 마을의 모든 아동들이 혜택을 보게 된다.

▲ 월드비전 우간다 비전로드를 통해 부둠바 지역의 열다섯 가족이 모니터링단과 결연을 하고 가족이 됐다.
▲ 월드비전 우간다 비전로드를 통해 부둠바 지역의 열다섯 가족이 모니터링단과 결연을 하고 가족이 됐다.

모두가 고대하던 후원아동을 만나는 날,이 시간을 기다렸던 것은 후원아동과 마을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아이들은 가장 깨끗하고 예쁜 옷을 차려입고 마을사람들도 함께 자리해 이들을 축하했다.모니터링단과 후원아동을 한 명씩 이름을 부르며 찾아주기도 전에 단원들은 자신의 후원아동을 한눈에 알아차렸다.이날만을 기다리며 갖고 있던 사진 한 장을 수도 없이 꺼내봤기 때문이다.십수년 동안 한 아동을 후원해도 그 아동을 만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월드비전 직원들 조차도 자신이 후원하던 아동을 만나는 일은 거의 없다.그런데 이날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이난성 양양군보건소장은 2006년부터 우간다 카총가 지역 아동을 후원하다 최근 아이가 성인이 되며 결연이 종료됐다.이번 모니터링단 방문을 통해서는 우간다 부둠바 지역의 아동을 후원하게 됐는데 막상 우간다에 도착하자 옛날의 후원아동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혹시나 하는 마음에 모니터링단을 이끈 서은교 한국 월드비전 국제사업본부 과장에게 고민을 털어놓았고 서 과장은 에드워드 부탈레자 사업총괄 매니저를 통해 아이를 수소문했다.모니터링단이 방문하는 사업장과 다른 사업장이고 기존 일정에 없던 새로운 일이라 모든 것은 불가능했던 상황,오직 만나고 싶다는 작은 희망만으로 모든 일이 추진됐다.조셉이 원래 학업을 위해 도시로 나가 있었으나 마침 방학을 맞아 카총가 지역에 들어와있다는 긍정적인 답변이 돌아왔다.하지만 직원들도 당일이 될 때까지 상황은 확실히 알 수 없다고 걱정을 내비쳤다.

만남의 날,모니터링단의 모든 관심 역시 이난성 소장에게 쏠렸다.만남이 성사되길 바라는 마음도 있지만 불발될 확률도 높아 그녀를 걱정하는 마음도 컸다.당일 우리를 찾은 6~8살 남짓의 귀여운 아이들 사이에 우뚝 솟은 한 명,조셉이었다.조셉은 어머니와 함께 이난성 소장을 만났다.두 사람은 그동안의 지원에 행복했다며 감사하는 마음을 전했다.작은 아이었던 조셉은 어느새 건장한 청년이 돼 의사가 되기 위한 과정을 밟고 있다고 했다.이난성 소장은 전날 구매한 셔츠를 꺼내 조셉에게 직접 입혀줘 훈훈함을 더했다.이난성 양양군보건소장은 “12년 동안 후원한 아이를 직접 만나게 돼 믿을 수 없고 너무 행복하다”며 “직접 만나러 어려운 발길을 해줘서 고맙고 열심히 공부해서 의사의 꿈을 이루가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이재호 강원도자원봉사센터장은 두 명의 아동을 동시에 후원하기로 해 눈길을 끌었다.그가 후원하는 일곱 살 에세자와 여덟 살 패트리샤는 아버지가 농사일을 하고 있으며 나이도 비슷하다.키도 고만고만한 두 여자아이는 수줍어하는 모습까지도 자매처럼 닮은 점들이 많았다.이 센터장은 친손주를 대하듯 살뜰히 아이들을 살폈다.마치 할아버지가 옛 이야기를 들려주듯 한국도 옛날에 우간다와 비슷한 상황으로 본인도 어려운 시기를 겪었다면서 용기를 전했다.그는 현장에서 아내와 딸 이름으로 2명의 아이를 더 후원하기로 결정했다.한국에는 세 명의 손주가, 아프리카에는 네 명의 손주가 더 생겼다.

이재호 센터장은 “두 아이의 밝은 미소와 영혼을 보면서 우간다의 미래와 성장 가능성을 봤다”며 “아이들이 열심히 공부할 수 있도록 계속된 지원을 통해 대학에 갈 때까지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끝> 우간다/한승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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