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현지 극단주의 이슬람조직 NTJ(내셔널 타우히트 자마트)가 지난 21일 발생한 ‘부활절 연쇄 폭발 참사’의 배후로 지목되면서 조직 구성과 정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3일 데일리메일, 타임스오브인디아 등 현지 매체와 외신 등에 따르면 NTJ는 이번 테러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별로 알려지지 않은 조직이었다.

지난해 스리랑카 마와넬라 지역 등에서 불상을 훼손하면서 겨우 존재감을 유지했고 간간이 언론에 이름이 등장하는 정도였다.

이처럼 망치를 들고 불상의 머리를 부수는 수준의 공격을 저질렀던 NTJ가 어떻게 스리랑카 곳곳에서 조직적으로 동시다발 테러를 일으킬 수 있었을까.

한 군사정보 전문가는 NTJ 지도자들이 이미 수년 전부터 물밑에서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불교도(전체 인구의 70%)와 힌두교도(13%)가 다수인 스리랑카에서 이슬람 ‘성전’(聖戰)을 일으키겠다는 의도였다.

앤 스펙하드 국제극단주의연구센터 소장은 뉴욕타임스에 “NTJ의 목표는 반란이나 분리주의가 아니다”라며 “스리랑카에 글로벌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 운동을 들여와 증오, 공포, 분열을 조장하는 게 그들의 목표”라고 말했다.

지역의 군소 극단주의 조직에 머물렀던 NTJ가 물밑에서 최근 급격하게 세력을 팽창한 것은 국제테러조직과 손잡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스리랑카 정부 대변인인 라지타 세나라트네는 “NTJ 같은 작은 조직이 이번 일을 모두 했을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NTJ에 대한 국제조직의 지원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NTJ와 연계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국제테러조직으로는 이슬람국가(IS)가 첫 손에 꼽힌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중동에서 밀려난 IS가 스리랑카 출신 조직원을 앞세워 NTJ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안보 전문가인 로한 구나라트나는 NTJ는 과거 IS의 스리랑카 지부 역할을 했던 곳으로 추정된다며 조직원들은 IS에 가입하기 위해 시리아로 갔던 스리랑카인들과도 관련돼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이에 근거가 될 수 있는 사진이 지난 22일 친IS 성향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됐다. 사진에서는 NTJ의 조직원으로 추정되는 3명이 IS의 깃발을 배경으로 성전을 다짐했다.

인도 일간 타임스오브인디아는 정보 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이 가운데 ‘아부 우바이다’로 알려진 이가 NTJ의 핵심 조직원 자란 하신으로 이번에 자살폭탄테러를 자행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국제안보위협을 모니터링하는 소우판 센터는 AFP통신에 “이번 연쇄폭발은 살라피 지하디스트(이슬람 수니파 성전주의자)의 공격 특징을 그대로 갖고 있다”며 NTJ가 국제테러조직의 지원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NTJ가 IS 등 국제테러조직과 연계됐으며 대규모 테러를 준비하는 움직임은 전문가와 해외 정보기관 등에 의해 이미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스리랑카 경찰청장은 지난 11일 외국 정보기관의 정보를 토대로 자살폭탄테러 가능성을 경고한 바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과 인도 보안당국이 ‘스리랑카에서 공격이 준비되고 있다는 징후를 포착했다’고 스리랑카 정부에 경고를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정작 스리랑카 정보 당국은 “늘 있는 일”이라며 관련 경고를 무시하다가 대비에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힐미 아하메드 스리랑카 무슬림위원회 부위원장은 데일리메일과 인터뷰에서 “NTJ 조직원 명단과 관련 세부 정보를 담은 모든 서류를 3년 전에 정보 당국에 전달했다”며 “하지만 그들은 이를 뭉개버렸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스리랑카 경찰은 관련 사안에 대해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지난 21일 스리랑카에서는 호텔과 교회 등 전국 8곳에서 동시다발적인 폭발 테러가 발생, 현재까지 290명이 숨지고 500명 이상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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