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복구 손 놓은 중소상공인
피해 규모 수억~수십억 원 달해
정부융자 2년 거치 3년 상환 부담
“부채·융자 월3000만원 갚아야”

▲ 지난 20일 속초 진성폐차장.동해안 산불이 발생한 지 보름이 지났지만,불에 탄 시설물이 방치된 채 영업이 중단된 상태다.  신관호
▲ 지난 20일 속초 진성폐차장.동해안 산불이 발생한 지 보름이 지났지만,불에 탄 시설물이 방치된 채 영업이 중단된 상태다. 신관호


“10년 지나도 정상화는 불가능한데,정부는 또 빚이나 다름없는 융자를 쓰라고 한다.”

동해안 산불이 발생한 지 보름여가 지난 20일 오후 2시 고성 ‘풍대리황태전통식품영농조합법인’의 최성일 대표가 동해안 산불에 잿더미로 변한 황태보관 창고를 바라보며 눈시울을 붉혔다.최 대표는 “시설과 중단된 영업을 정상화시키는데만 10년은 족히 소요될 것이다”고 하소연했다.

이날 최 대표가 산출한 피해금액은 황태 원물 45억원과 소실된 건물,각종 자재를 포함해 65억원 규모다.더구나 정부융자도 2년거치 3년상환이어서 채무부담까지 3중고를 겪고 있다.최 대표는 “연 매출이 2억3000만원 정도인데 융자에 기존 운영부채까지 한달에 갚아야할 금액이 3000만원 수준”이라고 했다.

‘농가맛집’으로 불리는 고성 ‘잿놀이’의 진혜련 대표도 이날 폐허가 된 영업장 앞에서 고개를 떨궜다.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카드매출만 4억원이던 잿놀이가 지금은 피해금액만 30억원인 화재현장이 됐다.영업장과 보관시설 등 1181㎡(358평) 규모가 불에 타 20억원,놋그릇과 각종 집기류까지 물건만 9억6000만원 정도의 손해를 봤다.진 대표를 힘들게 한 것은 피해시설만이 아니다.진 대표는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친필문구와 시아버지의 유품을 비롯해 값으로 정할 수 없는 물건들이 다 사라졌다”며 “영업장을 복구해도 단골손님이 다시 찾을 지 걱정이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날 속초 진성폐차장의 김재진 대표도 화마가 휩쓴 현장을 보며 분통을 터뜨렸다.해외 바이어에게 팔기로 한 360여대의 자동차엔진 등 30억원대의 시설물이 검은 잿빛을 띠고 있었다.김 대표는 “화재복구로 또 융자를 받으면 빚 갚는데만 10년이 넘게 걸릴 것 같다”고 했다.

한편 이날 피해현장을 다시찾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피해 소상공인의 지원을 확대했지만,모두의 만족을 이끌어내기에는 여전히 부족한 점이 있다”며 “그 부족분을 메우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신관호 gwanho@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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