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이사람] 산불재난특수진화대
양양국유림관리소 소속
동해안 산불 최일선 활약
호스 한줄에 의지해 진화
“사명감만 강조할 수 없어
오래된 화물차 교체 급선무
예방진화대에도 관심을”

▲ 지난 18일 양양국유림관리소에서 산림청 소속 산불재난특수진화대가 본지와 인터뷰를 가졌다.  김명준
▲ 지난 18일 양양국유림관리소에서 산림청 소속 산불재난특수진화대가 본지와 인터뷰를 가졌다. 김명준

영국의 시인 토머스 스턴스 엘리엇(Thomas Sterns Eliot)은 그의 저서 ‘황무지’에서 4월을 잔인한 달이라고 표현했다.동해안을 휩쓴 ‘4월 화마(火魔)’는 분명 잔인했지만 우리가 잊고 살았던 많은 것들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시간이었다.그 중의 하나가 바로 이번 동해안 산불의 숨은 영웅인 산불재난특수진화대원들이다.

국민들은 익히 화마의 최일선에 있는 사람들이라면 소방대원을 떠올린다.그러나 이번 동해안 산불을 통해 소방차가 진입할 수 없는 불기둥이 치솟고 화염이 나뒹구는 현장의 최일선에서 호스 한줄에 의지해 불을 끈 주역은 바로 산불재난특수진화대원이었다.


10개월 비정규직의 불안한 신분 속 대형 산불 저지 최일선에 투입되는 그들을 만나 처음 들은 말은 “우리는 긍지를 갖고 일을 하는 평범한 시민”이라는 것이었다.이번 동해안 대형산불을 계기로 매스컴을 통해 산불재난특수진화대원들의 열악한 처우가 집중 조명됐다.물론 그들은 일당을 받는 비정규직 신분에 비가 내리는 날이면 일거리를 날리게 되지만, 누구보다 고향 산림의 푸르름을 지키기 위해 호스를 잡는 사람들이고 싶어했다.동부지방산림청 양양국유림관리소 산불재난특수진화대 양승현 조장은 “이번 산불처럼 강풍이 휘몰아치는 협곡에 진화를 하러 들어가면 바람때문에 폭발하는 것 처럼 불기둥이 갑자기 솟아친다”며 “이번 산불 진화과정에서도 강풍때문에 접근이 어려워 진화차를 후진해가면서 진압했다”고 설명했다.이번 동해안 산불은 말그대로 전쟁터였다고 떠올렸다.서동일 대원은 “그냥 화약고가 터진 전쟁터라고 생각하면 된다.솔직히 두려웠지만,여기서 물러서면 민족의 명산인 설악산이 위험했다”며 “무조건 저지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버텼다”고 당시 상황을 증언했다.


이번 대형산불을 계기로 산불재난특수진화대의 열악한 처우가 알려지자 언론과 정치권,국민들이 진화대에 큰 보답을 보낼 것을 촉구했지만 이들이 바라는 것은 큰 것이 아니었다.서동일 대원은 “우리는 특수진화대 1세대”라며 “다른 것은 없다.우리야 사명감을 갖고 호스를 잡지만 진화대를 지원하는 후배들에게 사명감만을 강조할 수 없는 것 아니겠느냐.후배들이 고향 산림도 지키고 고용안전을 보장받는다면 더욱 큰 책임감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또다른 대원은 “이번 산불로 장비에 대한 이야기 많이 조명됐는데,사실 산불을 진압하러 접근할 때는 소방대원처럼 무거운 장비는 오히려 짐이 된다”며 “연식이 오래된 진화차량,화물차량이라도 교체해주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양승현 조장은 “사실 이번 산불로 과분한 관심을 받으면서 죄송한 마음이 든다”며 “우리보다 더욱 열악하고 고생한 산불예방진화대가 있다.이제 우리에게 조명되는 관심이 그분들에게도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산불특수진화대는 산림청에 모두 330여명이 속해 있고 일당 10만원의 기간제 노동자들이다.이번 산불로 이들의 열악한 처우가 세간에 알려지자 정부는 특수진화대원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그들은 이런 반응에 몸둘 바를 몰라하면서도 양양사람 특유의 ‘툭툭함’으로 인터뷰를 마쳤다.“이제 또 일하러 가야합니다.그만합시다” 윤왕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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