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직 소방관 어머니 박순자씨의 세월호 5주기]
임무 후 복귀 중 헬기 추락사고
정성철 소방령 등 5명 전원 순직
어머니 박씨 “이맘때 더 생각나”

▲ 세월호 참사 당시 헬기 추락으로 순직한 정성철 소방령의 어머니가 세월호 5주기를 맞아 사진 속 아들을 쓰다듬으며 울먹이고 있다.
▲ 세월호 참사 당시 헬기 추락으로 순직한 정성철 소방령의 어머니가 세월호 5주기를 맞아 사진 속 아들을 쓰다듬으며 울먹이고 있다.

“사랑하는 우리 아들 하늘나라에서 잘 지내고 있지.”

80대 고령인 박순자(84·원주)씨는 세월호 참사 추모일이 다가오면 또다시 사진첩 속 아들을 쓰다듬으며 가슴에 맺힌 한을 풀어놓는다.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수색임무를 마치고 복귀하던 중 헬기 추락사고로 순직한 강원도소방본부 소속 정성철(52·기장) 소방령이 다름아닌 그의 소중한 아들이기 때문이다.박씨는 지난 5년동안 단 하루도 하나뿐인 아들을 잊은 적이 없다.하지만 세월호 아픔 뒤에 가려진 또다른 희생은 시간이 지나며 점차 사람들의 기억에서 희미해져 가고 있다.

강원도소방본부의 헬기사고가 발생한 것은 세월호 사고 두달만인 2014년 7월17일 제헌절이었다.도소방본부는 다른 시·도소방본부와 마찬가지로 세월호 침몰 해역 일대 수색임무를 지원했다.일주일 간의 임무를 마치고 춘천으로 복귀하던 강원소방헬기는 사고 당일 오전 10시48분 이륙했고 이륙 5분여 만에 참변을 당했다.헬기가 추락한 곳은 광주 광산구의 인구가 밀집한 아파트 단지 옆 도로였다.

자칫 대형인명피해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하지만 당시 기장이었던 박씨의 아들 정 소방령은 추락하는 와중에도 민간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마지막까지 조정간을 놓지 않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결국 이 사고로 정씨를 비롯 박인돈·안병국·신영룡·이은교 대원 등 탑승자 전원은 영원히 귀환하지 못했다.

당시 순직한 정씨는 어머니 박씨가 의지하며 살았던 하나뿐인 아들이었다 .박씨는 “우리 아들이 탈출보다 안전한 추락장소를 찾아 끝까지 조종간을 놓지 않았다고 들었다”며 “죽기 전에도 대형피해를 막으려고 생각한게 대견하지만 그래도 살았으면 얼마나 좋아…”라며 말문을 잇지 못했다.이들의 안타까운 희생은 잠시 조명을 받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의 관심에서 점차 멀어졌다.박씨는 그 동안 아들의 동료들과 딸의 도움으로 자식을 잃은 슬픔을 이겨내며 살아가고 있지만 ‘세월호’ 속에 숨겨진 고통을 이겨내기에는 여전히 하루하루가 힘겹기만 하다.

박씨는 “소방가족들이 지속적으로 보살펴 주면서 간신히 마음은 추스리고 있지만 이맘때만 되면 아들이 더욱 생각난다”며 “세월호 아픔 뒤에 가려진 또다른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잊지 말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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