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이 폭행 사건 피해자를 과잉 진압했다는 논란이 불거진 서울 강남의 유명 클럽 ‘버닝썬’ 직원이 여성 고객을 성추행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된 것으로 확인됐다.
▲ 경찰이 폭행 사건 피해자를 과잉 진압했다는 논란이 불거진 서울 강남의 유명 클럽 ‘버닝썬’ 직원이 여성 고객을 성추행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른바 클럽 ‘버닝썬’ 사태와 관련해 경찰이 최초 신고자인 김상교(28) 씨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적법절차를 무시한 데다 당시 체포상황을 거짓으로 기록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인권위원회는 19일 오후 서울 중구 인권위 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김 씨 어머니의 진정에 따라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런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경찰과 업소·연예인 간 유착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난 ‘버닝썬’ 사태는 애초 김 씨가 지난해 11월 24일 친구의 생일모임으로 이 클럽에 방문했다가 직원들과 벌인 실랑이에서 시작됐다.

김 씨는 당시 버닝썬 내에서 직원에게 억지로 끌려가는 여성을 보호하려다가 클럽 이사인 장 모 씨와 보안요원들에게 폭행당했고, 이후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이 자신을 입건했다고 주장했다.

인권위는 김 씨 어머니의 진정을 토대로 112신고사건 처리표, 현행범인 체포서, 사건 현장과 지구대 폐쇄회로(CC)TV 영상, 경찰관 보디캠 영상 등을 확인했다.

그 결과, 당시 김 씨가 클럽 앞에서 쓰레기통을 발로 차고 클럽 직원들과 실랑이가 있었던 것은 약 2분이었고, 경찰관에게 욕설한 것은 단 차례로 확인됐다.

하지만 당시 경찰은 ‘(김 씨가) 20여 분간 클럽 보안업무를 방해했고, 경찰관에게 수많은 욕설을 했다. 피해자가 장 씨를 폭행했다’고 당시 상황을 부풀려 현행범인 체포서를 작성했다.

인권위는 또 출동한 경찰이 김 씨로부터 목덜미를 잡혔고, 김 씨가 버닝썬 직원을 바닥에 넘어뜨렸다고 허위로 기록을 남겼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영상 확인 결과, 김 씨가 20초간 한 차례 욕설하면서 항의한 건 맞지만, 당시 목덜미를 잡은 게 아니었다. 경찰에 의해 걸려 넘어지는 과정에서 중심을 잃고 쓰러지며 경찰의 목을 잡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체포서에는 김 씨가 버닝썬 직원의 다리를 손으로 잡아 바닥에 넘어뜨렸다고 돼 있는데 이 또한 김 씨가 일방적으로 맞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기에 따라 영상을 달리 해석할 수 있지 않느냐는 취재진 질문에는 “경찰은 김 씨 어머니의 진정 취지는 대체로 부정했지만, 당시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는 폭행 정황은 인정했다”고 부연했다.

경찰은 또한, 체포 이유를 설명해야 하는 미란다원칙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인권위는 “경찰관이 김 씨를 넘어뜨려서 수갑을 채운 후 폭행 현행범으로 체포한다고 말하는 내용은 확인할 수 있다”면서도 “사전에 미란다원칙을 고지하지 못할 정도의 급박한 사정이 있었다고 볼 수 없는 만큼 체포 이후에 미란다원칙을 고지한 행위는 적법절차를 위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권위는 체포 과정에서 피를 흘리는 등 상처를 입은 김 씨에 대해 적절하게 의료조치를 하지 않은 것도 문제로 지적했다.

경찰은 당시 의료조치 상황에 대해 “김 씨가 병원 치료를 원해서 119에 신고했지만, 김 씨가 이후 후송을 거부했고 김 씨의 어머니가 지구대를 방문해 119에 다시 신고했으나 119 구급대원들이 응급을 요하는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하면서 돌아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후 김 씨가 아프다고 계속 소리를 쳐서 일단 석방하고 나중에 조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수갑을 풀고 119에 신고했다”며 “하지만 김 씨가 서류에 침을 뱉어 던졌고, 공무집행에 대한 항거를 막기 위해 김 씨에게 다시 수갑을 채웠고 병원에 후송하지 못했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인권위 조사 결과, 당시 경찰관이 조사가 진행 중이고 응급상황이 아니라는 이유로 김 씨의 병원 후송을 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권위는 “도주나 증거인멸의 염려가 없는 가운데 병원 진료가 필요하다는 119 구급대원의 의견이 있었는데도 경찰은 김 씨에게 뒷수갑을 채워 의자에 결박한 상태로 지구대에 2시간 30분가량 기다리게 했다”며 “적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도록 해 김 씨의 건강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