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 때 따끔한 질책은 하되 ‘잘싸웠다’ 한마디 해주세요"
이른 선수 은퇴 후 지도자 생활
못다 핀 재능 선수지도에 총력
비운의 스타 아닌 ‘최고 지략가’
올해 상위스플릿 진출 팀 목표
좋은 흥행성적으로 팬들에 보답


프로축구 K리그1 3년 차에 접어든 강원도민프로축구단 강원FC가 올 시즌 김병수 감독체제로 준비를 마치고 출격에 나선다.2일 상주 상무전 원정경기를 시작으로 올 시즌 9개월간의 대장정에 나서는 김병수 감독의 각오는 남다르다.올 시즌 강원FC에 대한 고민과 앞날을 듣기 위해 강릉 오렌지하우스에서 김 감독을 만나봤다.

“지난 시즌 100점 만점에 60점이라면 올해는 80점까지 올리겠습니다.”

김병수 감독은 지난해 8월 강원FC 전력강화부장에서 성적부진으로 중도하차한 송경섭 감독의 지휘봉을 건네 받았다.강원FC로써는 엄청난 도박이었다.김병수 감독 역시 팬들의 성원에 보답해야 하는 독이 든 성배를 받아들었다.그나마 다행히 김 감독 부임이후 강원FC는 16경기에서 5승4무7패의 성적을 기록하며 상위스플릿 진출은 실패했지만 시즌 순위 8위로 무난히 감독데뷔를 마쳤다.김병수 감독은 “지난 시즌에는 리그 한 경기 한 경기 마다 온 힘을 다해 선수들과 준비를 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김병수 감독은 소위 비운의 축구 스타로 많이 알려져 있다.그는 서울 미동초 시절 축구 신동으로 소문이 났지만 일찍 꽃피운 재능은 오히려 화근이 됐다.서울 경신고 시절부터 혹사를 당했다.고려대에 진학한 뒤에는 양쪽 발목 인대가 늘어나 제대로 뛰지도 못했다.선수 시절 무려 7번이나 수술대에 오른 그는 불과 28세였던 97년 오이타 트리니타(일본)에서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국내 최고 미드필더가 되겠다는 꿈은 그렇게 무산됐다.한국으로 돌아온 김 감독은 1998년 고려대 축구부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김 감독은 그러나 자신의 못다 핀 재능을 선수 지도에 쏟아부으며 ‘최고 지략가’로 우뚝 섰다.영남대 감독으로 재직 시절에는 2010년 춘계대학연맹전 우승을 시작으로 2016년 대학축구연맹 최우수 감독상의 영예를 안았다.김병수 감독은 “내가 운이 없다고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며 “내가 선택한 길이고(은퇴) 지금은 프로리그 감독으로 뛰고 있어 절대 나 스스로 비운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웃어 보였다.


올 시즌은 김병수 감독체제에서 강원FC는 지난 시즌과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강원FC는 지난해 말 김병수 감독과 3년 재계약을 마치며 자신만의 구단을 만드는 데 힘을 실어줬다.김병수 감독체제의 강원FC는 빌비야(HSK 자린스키 모스타),신광훈(FC서울),조지훈(수원삼성) 등 13명의 선수를 영입하고 문창진(인천유나이티드),임찬울(제주유나이티드)등 22명의 선수를 내보냈다.김병수 감독은 올 시즌 준비를 위해 태국과 중국으로 전지훈련을 떠나 김병수식 축구를 만들 시간을 확보했다.팀의 중심인 베테랑 오범석,정조국은 물론 새로 영입한 선수들까지 풍부한 자원으로 김병수 사단을 만들었다.지난 시즌 끝내 좌절된 상위 스플릿 진출도 충분히 노려볼 만 하다.김 감독은 “선수영입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우리 구단과 잘 맞는 선수들로 꾸려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게 가장 중요한 목표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지난겨울부터 전지훈련에서는 원년멤버와 영입선수 간의 소통에 방점을 두고 훈련에 임했다.김병수 감독은 선수들에게 최대한 자율성을 부여하며 훈련장에서 훈련은 하되 사생활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고 있다.김병수 감독은 “나도 선수 생활을 해봤지만 프로축구 선수로 산다는 게 쉽지가 않다”며 “선수들에게 최대한 즐겁게 운동하라고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김병수 감독의 올해 목표는 상위 스플릿 진출이다.전북,울산현대가 뛰어든 영입 전쟁으로 이적시장이 크게 요동치면서 많은 구단이 영입에 가세,12개 구단의 실력이 상향 평준화됐다.김 감독은 “올 한해 쉽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은 받지만 상위스플릿에 진출해 흥행 면에서도 꼭 좋은 성적을 거둬 강원도민의 성원에 보답하겠다”며 “우리 선수들이 질 때도 있겠지만 그때마다 따끔한 질책은 하되 ‘잘 싸웠다’고 한마디만 해달라”고 강조했다.한편 강원FC는 2일 오후 4시 상주시민구장에서 상주상무와 시즌 첫경기에 이어 오는 10일 오후 2시 춘천송암경기장에서 울산현대와 홈개막전을 치른다. 한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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