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라데이지호 사고 실종
춘천출신 허재용씨 가족
수색 3일만에 블랙박스 발견
향후 국가 선제적 조치 당부

▲ 2017년 3월 이등 항해사였던 아들 허재용(35·춘천)씨가 실종된 후 허씨의 어머니는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심해수색과 국민들의 관심을 호소하는 서명운동을 벌여왔다.
▲ 2017년 3월 이등 항해사였던 아들 허재용(35·춘천)씨가 실종된 후 허씨의 어머니는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심해수색과 국민들의 관심을 호소하는 서명운동을 벌여왔다.

“지난 2년간 단 하루도 남대서양에서 떠돌고 있을 동생을 잊은 적이 없습니다.정부는 왜 이제서야….”

2년 전 남대서양에서 침몰한 한국 화물선 스텔라데이지호의 항해기록저장장치(VDR)가 지난 17일 회수됐다.VDR은 항해기록이 담긴 일종의 ‘블랙박스’다.미국의 한 업체가 수색에 나선지 불과 3일 만에 VDR을 발견한 가운데 당시 침몰사고로 실종된 춘천출신 이등항해사 허재용(35)씨의 누나 허영주(42)씨가 본지와 인터뷰를 가졌다.

스텔라데이지호 수색작업은 문재인 정부 출범 ‘1호 민원’으로 접수되며 관심을 모았지만 점차 국민들의 기억 속에 사라지고 있는 시점이었다.실종자 가족대책위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허영주씨는 “처음 블랙박스가 발견됐다는 얘기를 듣고나서 만감이 교차했고,가족들과 엉엉 울었다”며 “이렇게 쉽게,빨리 회수할 수 있었는데 왜 2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는지에 대한 허탈함이 몰려왔다”고 했다.

스텔라데이지호는 지난 2017년 3월31일 남대서양에서 브라질에서 철광석 26만t을 싣고 출발해 중국으로 항해하던 중 남대서양에서 침몰했다.당시 필리핀 선원 2명이 구조됐지만 허재용씨 등 한국인 8명을 포함한 22명이 실종됐다.아들이 실종됐다는 청천벽력과 같은 비보를 들은 허씨 가족은 모두 생업을 접고 춘천을 떠나 서울 광화문 광장으로 향했다.허씨 가족을 포함한 실종자 가족들은 밤낮으로 광화문 광장에서 국민들의 관심을 호소하는 서명운동을 이어가며 스텔라데이지호 수색을 요청했다.사고직후 허씨의 어머니는 아들 허재용씨에게 매일같이 카카오톡 메시지를 전송하며 무사귀환을 바라기도 했다.

허영주씨는 “정부는 심해 3000m가 넘는 곳의 심해수색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여왔지만 우리는 심해수색을 성공했던 해외의 선례를 찾아냈다”고 말했다.이후 정부는 지난해 12월 미국 오션인피니티사를 용역업체로 선정해 심해수색에 나섰다.지난 14일 도착한 수색선이 불과 3일 만에 사고해역과 1㎞ 떨어진 지점에서 스텔라데이지호의 VDR을 발견,2년 만에 사고원인이 규명될 한가닥 희망이 생겼다.회수된 VDR은 해외전문기관이 정밀 분석할 예정이다.

허씨는 “정부의 소극적인 대처로 정말 힘들게 이과정까지 왔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민에게 재난사고가 생겼을 때 국가가 선제적인 조치를 취하고 끝까지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는”고 말했다. 이종재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