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출석
검, 사법농단 혐의 집중 추궁
“실무진이 한 일” 책임 돌려

▲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하기 전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하기 전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11일 출석한 양승태(71) 전 대법원장을 상대로 징용소송 재판거래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를 집중 추궁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혐의를 사실상 전면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와 정부 고위인사들이 연루된 징용소송 재판거래 의혹은 수십 개에 달하는 옛 사법행정 수뇌부의 범죄 혐의 가운데서도 핵심으로 꼽힌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이날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4시쯤까지 징용소송을 둘러싼 양 전 대법원장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에 대한 피의자 신문을 했다.검찰은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낸 민사소송 재상고심이 대법원에 접수된 직후인 2013년 9월 외교부 입장에서 재판 방향을 구상한 법원행정처 문건을 보고받았는지, 일본 기업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기존 대법원 판결에 대한 외교부의 민원을 다른 경로로 접수했는지 캐물었다.

임종헌(60·구속기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차한성(65)·박병대(62)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 등 사법행정 담당 법관들이 청와대·외교부와 재판절차를 논의할 당시 얼마나 구체적으로 보고받고 지시를 내렸는지, 2015년 8월 박근혜 전 대통령과 독대에서 징용소송과 상고법원 설치에 대한 논의를 주고받았는지도 집중 조사했다.양 전 대법원장은 이날 조사에서 구체적 사실관계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혐의를 사실상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물증과 진술이 확보된 일부 의혹에는 “실무진이 한 일”이라며 책임이 없다는 식으로 답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검찰 관계자는 “혐의와 책임을 인정하는 취지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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