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북한이 압록강에 있는 위화도와 황금평 2곳을 중국에 100년간 공짜로 빌려준다는 보도가 화제가 됐다.중국은 이곳을 자유무역지구로 개발하고,북한은 주민을 이주시킨 후 중국기업에 취직시켜 외화벌이를 하려는 전략을 세웠다.위화도는 1388년 요동정벌에 나선 이성계가 말 머리를 돌려 고려 왕실에 반기를 들고 조선개국의 모태가 된 곳이다.이런 영향인지 그 당시 국내 여론은 북한이 중국에 경제주권을 뺏겼다는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됐다.

이런 일이 국내에서도 일어났다.새만금사업이 국내외기업에 100년 무상임대하고 있다.새만금사업은 노태우 전 대통령 공약으로 1991년 착공,2010년 방조제를 준공했으나 단군 이래 최대의 국책사업이라고 자랑했던 것과는 달리 기업유치는 대단히 초라했다.73개 기업이 양해각서를 체결했으나 현재 4개 기업만 입주한 것으로 알려졌다.또 용지매립이 12%에 불과하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방향이 달라 사업비 22조 원을 투입하고 있지만 장래는 여전히 불투명하다.지난해 새만금개발공사가 출범해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클러스터를 추진한다지만 기업유치가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도에서도 100년 무상임대를 둘러싸고 뒷말이 많다.강원도는 춘천 중도에 테마파크인 레고랜드를 조성하려 했지만 사업비를 마련하지 못해 좌초 위기에 몰렸다.그런데 지난해 레고랜드측에서 설립한 멀린사가 2200억 원을 직접투자하기로 했다.강원도는 개발 주체를 양보하고,레고 랜드 부지를 최장 100년 무상임대 조건 등을 제시해 오는 3월 7년 만에 착공을 앞두고 있다.그러나 시민단체들은 지난 연말 “100년 무상임대에 800억 원 지원,세금혜택,수익배분 등에 문제가 많다”며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계약은 불리한 측에서 상대방에게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것이 자연의 법칙이다.북한·새만금사업자·강원도가 100년 무상임대를 내민 것은 그만큼 다급하다는 반증으로 사업자를 유인하기 위한 마지막 카드인 셈이다.오죽하면 이런 특혜성 조건을 제시했을까 하는 절박함이 묻어난다.제3자 입장에서 보면 불평등 협상으로 보일 수 있다.어쨌거나 계약 체결로 번복은 불가능해졌다.레고 랜드의 성공여부에 최문순 도정의 명암이 달려 있다.2021년 7월 레고 랜드는 어떤 모습이 되어 있을지 궁금하다.

권재혁 논설위원 kwonjh@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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