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강원 평화 프로젝트 ‘한걸음 더’
인제 최북단 서화면 가전리
백두대간-동서DMZ 교차점
남북교류 전진기지 급부상

생명의 땅,DMZ를 가다

강원도민일보는 2019년 한 해 동안 강원연구원(원장 육동한),남북강원도협력협회(이사장 이헌수)와 함께 DMZ생태투어를 시작한다.

▲ 금강산에서 발원한 인북천 물줄기가 군사분계선을 넘어 민통선 지역인 인제 가전리를 따라 유유히 흐르고 있다.
▲ 금강산에서 발원한 인북천 물줄기가 군사분계선을 넘어 민통선 지역인 인제 가전리를 따라 유유히 흐르고 있다.
강원도민일보는 지난 해 10월 분단 이후 처음으로 민통선 이북지역인 향로봉 일대에서 2018 백두대간 민족평화 트레킹대회를 개최,북으로 향하는 백두대간 대종주의 시작을 알렸다.올해는 DMZ 일대에 대한 생태투어를 실시한다.철원에서 화천,양구,인제,고성을 잇는 DMZ투어를 통해 DMZ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나갈 예정이다.

▲ 금강·설악의 백두대간과 DMZ가 교차하는 지점인 인제 가전리 민통선일대가 평온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금강·설악의 백두대간과 DMZ가 교차하는 지점인 인제 가전리 민통선일대가 평온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 첫 행사가 지난 12월18일 인제 인북천 일대에서 열렸다.인북천은 금강·설악의 백두대간과 동서의 DMZ가 교차하는 지점이다.인북천은 남북생태하천의 중심이자 가전리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남북교류의 전진기지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 금강산 가는 길(인제 개고개∼송노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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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남북 강원을 잇는 인북천

“아침에 출발하면 해가 질 무렵 금강산에 도착했는데….”

지난 18일 인제 최북단지역인 서화리.민간인통제구역이 시작되는 군부대 초소에 20여명의 방문단이 출입절차를 밟고 있었다.남북강원도협력협회(이사장 이헌수)는 이날 백두대간과 DMZ가 교차하는 가전리 일대 인북천과 향로봉 인근 지역에서 금강~설악의 생태연결을 위한 남북협력 방안을 마련하기위해 현장답사를 진행했다.답사에는 평화·생태 전문가와 지역주민,문화예술인들이 동행했다.

군부대 관계자의 안내로 10여분 후 민통선으로 들어가자 고갯마루가 나타났다.‘개고개’라고 불리는 이곳에서 북쪽을 바라보자 평지가 한 눈에 들어왔다.6·25전쟁 전까지 200여 가구가 거주했다는 이곳은 서화면 가전리 중심지역으로 전쟁 이후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아 식생이 그대로 보존돼 있었다.서쪽에는 가칠봉이,동쪽으로는 향로봉이 위치,명산의 기운이 이곳까지 전해지는 듯했다.

박수홍 인제천리길 사무국장은 “옛 선조들이 가칠봉과 향로봉을 금강산 봉우리로 여긴 만큼 가전리 일대도 금강산 지역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숲 사이로 뻗은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평지로 들어서자 주변의 산세가 더욱 신비로웠다.도로를 벗어나 서쪽 숲으로 200여m 들어간 뒤에야 인북천이 시야에 들어왔다.겨울철이라 수량은 많지 않았지만 폭이 넓은 곳은 수십m에 이른다.한겨울 손에 입김을 불며 빨래하는 아낙들과 한여름 물놀이로 더위를 식히던 과거 주민들의 모습이 머릿속을 스쳤다.물줄길을 따라 북쪽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금강산에 닿을 수 있을까.

내금강에서 시작되는 인북천은 인제 최북단 지역인 서화면을 거쳐 북면 원통 앞강에서 북천과 합류한다.북천은 향로봉에서 발원,내설악을 거쳐 소양호로 유입되는 물줄기다.전쟁 이후 이곳을 통해 사람들의 왕래는 없었지만 금강산과 설악산은 조용히 인제에서의 만남을 이어왔던 셈이다.아쉬움을 뒤로하고 다시 방향을 돌려 북쪽으로 한참을 달린 뒤에야 남방한계선의 GOP 철책에 닿을 수 있었다.남북 화해무드와는 달리 이곳의 분위기는 여전히 긴장감이 감돌았다.철책을 따라 계속 북동 방향으로 향하자 최종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었다.서화면 장승리 송노평이다.인제 주민들은 전쟁 직전까지 이곳을 통해 이포리를 거쳐 내금강을 오갔다.금강산은 학생들의 수학여행지로도 인기였다.

주민 심병관(85)씨는 “전쟁 전에는 서화중(현재 천도리)이 서화리에 있었는데 3학년 때 수학여행을 위해 아침에 걸어서 출발하면 저녁녘에 내금강에 도착해 1박을 했다”며 “당시 우마차가 다닐 정도의 길이 있었다”고 말했다.

답사단은 송노평에서 끊긴 금강산 가는 길의 여정을 마무리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인제 최전방 지역인 서화면은 수복지역으로 여전히 4개리가 민통선 이북에 위치,휴전 이후 주민이 살지 않고 있다.이중 가전리를 비롯해 군사분계선에 걸쳐 있는 서화리와 장승리 일부에 대한 지적 복구는 이뤄졌지만 이포리는 북한지역이어서 완전 미수복지역으로 남아있다.

이곳은 한반도를 넘어 전세계에서 북반구 최고의 온대생태지역으로 평화의 상징이 될 DMZ와 금강,설악을 잇는 백두대간이 교차하는 평화·생태축으로 남북교류협력의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이헌수 이사장은 “금강과 설악은 서로 하나가 돼 만나야 한다”면서 “금강·설악의 백두대간과 동서의 DMZ가 교차하는 인북천과 향로봉에서 한반도 생명·평화·문명의 싹을 틔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원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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