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여관서 싹튼 청년의 꿈, 멈춘 도시에 숨을 불어넣다
6년전 대학 졸업 후 동네방네 설립
2014년 사회적 협동조합 전환
도시 재개발 필요성 의문서 시작
춘천 근화동 ‘봄엔 게스트하우스’
40여년 된 여관 개조 이색 변신
4년째 운영 연평균 4000명 찾아
지역 내 청년 창업 여건 부족

▲ 조한솔 동네방네 대표
“협동조합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은 분배의 기능이에요.돈을 벌었을 때 공정한 절차로 분배하는 기업을 만들고 싶습니다.”

춘천지역 대표적인 구도심 근화동에는 조금 이색적인 게스트하우스가 있다.이름은 ‘봄엔 게스트하우스’.40여 년 된 여관을 뜯어 고쳐 2014년 문을 연 이곳은 4년만에 연 평균 4000여 명이 방문할 만큼 춘천의 관광명소가 됐다.더욱이 이곳 주인은 30대 청년들로 구성된 사회적 협동조합이다.장소 물색부터 리모델링,게스트하우스 운영까지 4년간 이곳을 가꿔 온 조한솔(33) 동네방네 협동조합 대표를 지난 11일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났다.

조한솔 대표가 동네방네를 설립한 시기는 2012년 3월.대학을 막 졸업한 직후였다.문화관광 콘텐츠로 지역 활성화를 꿈꿨던 조 대표는 2014년 동네방네를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전환하고 그해 여름 봄엔 게스트하우스를 오픈했다.지금도 그렇지만 2014년 당시에도 근화동 일대는 시외버스터미널이 온의동으로 이전한 후 숙박업소를 중심으로 상권이 몰락,쇠퇴의 길을 걷고 있었다.조 대표는 낡은 여관을 게스트하우스로 만들고 이 일대를 활성화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게스트하우스 준비 과정부터 SNS로 홍보했고 본격적인 운영 이후에는 관광객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 한해 평균 4000여 명,많을 땐 5000여 명까지 찾는 명소로 떠올랐다.봄엔 게스트하우스 한쪽 벽면에는 관광객들이 적어놓은 소감들로 가득하다.조한솔 대표는 “이제는 어느정도 게스트하우스가 안정화됐기 때문에 처음에 계획했던 근화동 주민,인근 숙박업소 주인들과 연계할 수 있는 사업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동네방네 협동조합은 게스트하우스 뿐만 아니라 스터디 투어 개념의 공정여행 프로그램,지역 대표 축제로 발돋움 하고 있는 무한청춘 페스티벌 등 다각도로 활동하고 있다.지역이 갖고 있는 문제들을 나름의 방식대로 해결하는 과정이다.조 대표는 “‘도시가 꼭 재개발을 해야 할까’는 생각을 갖고 있다.기존에 있는 자원들을 다시 활용해 볼 수도 있다고 봤다”며 “관광이든 교육이든 지역에 어떻게 녹아들 것인가,그 효과를 어떻게 지역으로 유입시킬 것인가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전환한 지 4년.그동안 값진 성과도 거뒀다.동네방네 협동조합을 거쳐간 이들이 도시재생지원센터 등 유관기관으로 퍼져 지역 인력 인프라를 구축했고 무한청춘 페스티벌 축제의 경우 지역 청년들의 문화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에서 사회적 협동조합 1세대로 느끼는 무게감은 작지 않다.

가장 큰 고민은 기업의 지속가능성이다.기업이 지역에서 계속 활동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필요할 지 조 대표의 고민은 깊어만 간다.창업을 해도 먹고 살기 힘들다는 인식 역시 그의 발목을 잡는다.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뛰어 들었지만 그 지역이라는 여건이 사업 추진에 제동을 걸 때도 있다.조 대표는 “게스트하우스를 만들 때 지원받았던 단체도 서울에 있었고 아무래도 성장 동력은 대도시가 훨씬 낫죠.지역에서 청년들이 사회적 활동가가 되려는 준비도 아직 미흡하고요.지역이 대도시보다 앞서 가야 한다고 보지만 아직 여건은 부족합니다.지역에서 청년문제를 얘기하는데 환경은 지역이 뒤쳐져 있어요.이런 상황을 어떻게 견디고 버틸까가 결국 동네방네의 과제입니다”라고 말했다.

‘우리끼리 좋은 직장을 만들자’고 생각해 만든 회사가 설립 6년을 넘어섰다.조합원은 7명으로 늘어났고 직원도 조 대표를 포함해 총 4명이다.각종 사업들도 안정기에 접어든 만큼 조 대표는 지금이 동네방네 협동조합의 정신을 확산시킬 시기라고 보고 있다.사회적 협동조합의 취지와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청년 창업 사이의 모델도 구상 중이다.조한솔 대표는 “기업으로 성장하면서 이를 협동조합 정신에 입각해 분배할 수 있는,두 가지가 양립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기업을 만들고 싶다”며 “지속가능한 기업을 위해 더 고민하려 한다”고 말했다. 오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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