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대회 출전 좌절 딛고 아시아 점령 세계 하우스 도전장
1999년생 토끼띠 동갑내기 팀
이번 시즌 팀킴 꺾고 국대 발탁
아시아태평양선수권 금메달
내달4일까지 월드컵 2차 출전
춘천 숙소서 의정부 원정 연습
“마음 맞는 동료 있어 힘 난다”

▲ 춘천시청 한국 여자컬링대표팀이 지난 10일 강릉 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 아시아태평양 컬링선수권에서 일본의 ‘팀 후지사와’를 12-8로 꺾고 금메달을 획득,선수들과 코치가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 춘천시청 한국 여자컬링대표팀이 지난 10일 강릉 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 아시아태평양 컬링선수권에서 일본의 ‘팀 후지사와’를 12-8로 꺾고 금메달을 획득,선수들과 코치가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올림픽의 영광을 재현하겠습니다.”

지난 10일 강릉컬링경기장은 지난 2~3월 평창동계올림픽을 연상시키는 관중들의 환호성으로 가득 메워졌다.19살 동갑내기로 구성된 춘천시청 소속 여자컬링 국가대표팀은 이날 2018아시아태평양 컬링선수권 결승에서 숙적 일본에 역전승을 거두며 정상에 올랐다.춘천시청 컬링은 평창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스킵 김은정이 이끄는 ‘팀킴’(경북체육회)에 패해 안방에서 열리는 올림픽 출전권을 놓쳤다.팀킴은 평창올림픽에서 ‘영미~’ 신드롬을 연출하며 은메달을 차지,우리나라 컬링을 대중화허는 주역이 됐다.팀킴의 바통을 이어받아 춘천시청 컬링이 아시아를 넘어 세계무대 점령에 나설 태세다.1999년생 토끼띠 동갑내기인 김민지(스킵)·김수진(리드)·양태이(세컨)·김혜린(서드)으로 구성된 춘천시청 여자컬링팀은 중학교 때 교사의 권유로 처음 스톤을 들었다.이들은 중학교 시절 교사들의 권유로 컬링을 시작했지만 컬링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시절,주위의 반대가 많았다.하지만 송현고로 진학하면서 두각을 나타낸 이들은 2016세계주니어컬링선수권에서 3위에 이어 지난해 세계주니어 선수권 대회에서도 4위에 오르면서 한국 컬링계는 물론 세계 컬링계에 이름을 알렸다.

이들은 고교 졸업을 앞두고 뛰어난 성적 덕분에 많은 곳에서 계약을 제안했지만 그동안 함께 동고동락 해온 이승준 코치가 함께할 수 있다는 제안이 마음에 들어 춘천시청을 택하게 됐다.

비록 올림픽 출전권은 놓쳤지만 지난 8월 2018~2019시즌 국가대표 선발전 결승에서 다시 만난 경북체육회(팀 킴)를 10-3으로 대파하고 첫 성인 태극마크를 달았다.3년연속 국가대표 선발전 결승에서 만난 경북체육회를 처음 꺾었기에 기쁨이 두배였다.세대교체의 신호탄이라는 자신감도 컸다.

▲ 춘천시청 여자컬링 국가대표팀
하지만 큰 기대만큼 팬들의 실망감도 컸다.춘천시청은 지난 9월 15일 중국 쑤저우에서 대표팀 마크를 달고 처음 출전한 컬링월드컵 예선에서 1승5패로 대회를 마감했다.평창올림픽에서 큰 인기와 팬을 거느린 ‘팀 킴’을 떠올린 국내 팬들과 여론의 반응은 싸늘했다.춘천시청은 ‘팀 킴’의 인기가 절정이던 시기,첫 컬링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자 차마 댓글을 읽지 못할 정도로 압박감을 느꼈다.이제 고교를 졸업한 선수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일 수도 있다.양태이는 “대표팀이 되고 인터넷을 보고 시민분들의 반응이 그렇게 안좋을 줄 몰랐다”며 “첫 컬링대회에서는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게 아직도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설명했다.

춘천시청 여자컬링국가대표는 여기서 주저하거나 낙담하지 않았다.두달 후 개막하는 2018 아시아태평양 컬링선수권대회 우승을 위해 다시 스톤을 부여잡고 우승을 향해 달렸다.이 대회는 ‘팀킴’이 2016,2017년 일본,중국 등을 꺾고 연속 우승했기에 놓칠 수 없었다.결승전에 오른 춘천시청의 상대는 평창동계올림픽 동메달리스트이자,‘컬링 스타’인 후지사와 사쓰키 스킵이 이끄는 일본이었다.5엔드까지 3-6으로 밀린 춘천시청은 경기 막판 상대 공격을 스틸하며 대역전승을 거둬 여자컬링의 황금세대임을 확인시켰다.김혜린은 “이번 2018 아시아태평양 컬링선수권이 누구보다 중요하다는 걸 팀 모두가 알고 적극적으로 훈련에 임해 우승까지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이어어 “중학교 때부터 맞춰왔던 친구들과 지금까지도 동고동락하며 선수생활을 같이 하는 게 꿈만 같다”며 “마음이 맞는 동료들,코치,감독님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힘이난다”고 밝혔다.

▲ 춘천시청 한국 여자컬링대표팀이 지난 10일 강릉 컬링센터에서 열린 대회 결승전에서 일본과 경기를 펼치고 있다.
▲ 춘천시청 한국 여자컬링대표팀이 지난 10일 강릉 컬링센터에서 열린 대회 결승전에서 일본과 경기를 펼치고 있다.
이들은 빙판 위에서는 무표정한 표정으로 경기에 임하지만 빙판 바깥에서는 19세의 평범한 소녀들이다.춘천의 방 3개짜리 아파트에 합숙하면서 주말에는 서울에 있는 가족들이 있는 집으로 향한다.쉴 때는 다 같이 영화를 보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경기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푼다.김수진은 “가족보다 붙어 있는 시간이 더 많다”며 “이제는 눈빛만 봐도 애들이 원하는 걸 알 수 있다”며 웃었다.

하지만 이들은 춘천에 컬링장이 마땅치 않아 의정부 컬링장을 오가야 하는 처지다.이들은 오전 6시에 일어나 오전 훈련을 하고 오전 10시쯤 1시간 30분가량 소요되는 의정부 컬링장에 도착한다.의정부까지 이동거리가 왕복 3시간이 훌쩍넘어 도로에서 버리는 시간으로 매번 두 경기밖에 하지 못하는 등 춘천에 훈련시설이 없어 컨디션 유지에 어려움이 많다.도내 다른 컬링팀도 태릉 선수촌과 의정부 등을 오가며 훈련을 하고 있다.

춘천시는 2020년 준공을 목표로 의암빙상장 옆 2000㎡ 부지로 1동 1층 규모의 컬링장을 만들 예정이다.중학교 때부터 이들을 가르친 이승준 춘천시청 코치는 “선수들의 나이가 이제 20살이기 때문에 발휘할 수 있는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며 “7년 전부터 팀을 꾸려 대회에 출전을 하면서 점차 좋은 성적으로 세계 정상에서 컬링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춘천시청컬링팀은 지난 21일 캐나다 애드몬튼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이들은 태극마크를 달고 23일부터 26일까지 열리는 ‘바운더리 포드 컬링 클래식’대회에 참가한 뒤 내달 4일부터 9일까지 열리는 컬링 월드컵 2차 대회에서 지난 대회 1승 5패의 설욕을 노린다. 한귀섭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