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금융 당국이 14일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이하 삼성바이오)의 과거 회계처리 변경을 '고의 분식회계'로 결론 내면서, 향후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이하 증선위)는 이날 삼성바이오가 2015년 지배력 관련 회계처리 변경 과정에서 고의 분식회계를 했다고 결론 내렸다.

핵심은 증선위가 회계처리 변경에 대한 '고의성'을 인정했다는 대목이다.

그동안 제기된 의혹은 지난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028260] 합병 당시 삼성이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합병 비율이 정해지도록, 제일모직의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의 가치를 실제보다 부풀렸다는 것이었다.

두 기업의 합병 당시 주식 교환비율은 제일모직 1, 삼성물산 0.35였다. 삼성물산이 상대적으로 낮은 가치로 평가받았던 만큼 주주들의 반발은 거셌다.

삼성물산의 주주였던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도 지난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승인하는 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부당한 조치로 손해를 봤다며, 한국 정부를 상대로 8천억원대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을 제기하는 등 후폭풍도 있었다.

일단 이목이 쏠리는 지점은 이날 증선위 결론이 이 부회장의 대법원 판결에 영향을 미칠지다.

앞서 이 부회장은 2심에서 제3자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무죄의 근거는 당시 경영승계 작업이 진행되지 않았다고 본 것이었다.

즉 경영승계 작업이라는 현안 자체가 없었으므로,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건네며 암묵적으로 청탁할 일도 없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이날 증선위의 결론으로, 당시 삼성에 이 부회장 승계 작업이라는 현안이 존재했을 것으로 해석할 만한 여지가 생겼다.

이는 2심 무죄 판단의 근거와 배치되는 것이어서 대법원 판결을 앞둔 이 부회장 입장에선 불리한 상황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참여연대 집행위원장 김경율 회계사는 통화에서 "이번 증선위 심의 결과에서도 알 수 있듯 삼성바이오 분식회계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은 별개가 아닌 하나의 사건"이라며 "이 부회장의 대법원 판결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대법원은 법률심이어서 1·2심에서 증거로 다뤄진 사실관계 외에 새로 추가되는 증거를 조사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대법원이 2심 판결을 파기환송해 새로 2심이 시작되지 않는 한, 이번 증선위 심의 결과가 대법원 재판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관측도 많다.

투자업계는 향후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그룹 지배구조 재편 작업에도 변수가 생겼다고 본다.

현재 다양한 경영권 승계 시나리오가 제시되고 있지만, 상당수 시나리오는 '삼성물산 역할론'에 근거하고 있다.

즉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바이오 지분 등이 향후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에 있어 유용한 '실탄'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하지만 이날 증선위 결론으로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하고 주식 거래가 정지되면서 향후 지분 가치가 훼손될 가능성이 생겼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의 박주근 대표는 "엘리엇과 메이슨캐피탈[021880] 등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손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헤지펀드와의 ISD에서 향후 우리 정부가 불리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날 증선위 결론에 대해 삼성바이오는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입장을 내놨으며, 삼성전자는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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