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한목소리' 낼 것"…'청와대 주도권 세질 가능성' 관측도
기재부·금융위·한은 수장에 모두 강원도 출신 '눈길'

▲ 신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내정된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이 9일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2018.11.9
▲ 신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내정된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이 9일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2018.11.9
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로 지명된 홍남기(58) 국무조정실장이 경제사령탑으로서 어떤 지도력을 발휘할지 주목된다.

김동연 부총리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서로 방점을 다르게 찍는 듯한 발언을 반복하면서 빚어진 정부 내 엇박자 논란이 사라질지도 관심이다.

관가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 철학과 정책 방향에 관한 이해와 공감도가 높은 홍남기 후보자가 정책 협의나 조율 등을 매끄럽게 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김 부총리는 자기 목소리를 내는 편인데다가, 현 정부 경제정책 3대 축 가운데 혁신성장의 중요성을 특히 역설한 편이라서 상대적으로 소득주도 성장을 강조한 장 실장과의 사이에서 불협화음을 노출하기도 했다.

이날 임명된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과는 같은 시기 청와대에 몸담은 경력이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 김 정책실장은 대통령 국민경제비서관, 사회정책비서관으로 근무했고 홍 후보자는 경제수석비서관실과 정책실에서 일했다.

홍 후보자가 취임하면 정부와 청와대가 주요 정책에서 한목소리를 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2018년 5월 25일 당시 김수현(오른쪽) 청와대 사회수석과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이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사회관계장관회의 시작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8일 김 수석을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임명하고 홍 실장을 경제부총리로 내정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홍 후보자가 '관리형'에 가까운 리더십을 보이면 혁신성장이나 규제 개혁 등의 동력이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정부 한 관계자는 "새 정부가 출범해 1년 반이 지난 시점이면 주요 정책을 강하게 밀고 나가야 하는데 관리에 치중하면 주요 현안에 관한 논의가 결실로 이어지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홍 후보자를 지명함에 따라 행정고시 기수를 기준으로 경제부총리가 3년(김동연 26회→홍남기 29회) 젊어지게 된 것도 눈길을 끈다.

경제 관련 부처 장관이나 주요 직위자 가운데 최종구(61·25회) 금융위원장, 이재갑(60·26회) 고용노동부 장관, 윤종원(58·27회)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 등은 행시 기수를 기준으로 보면 홍 후보자보다 선배다.

통상 경제부총리가 선배로서 경제 관련 주요 관료들을 이끌며 현안에 대응해 온 관례와는 어긋나는 측면이 있다.

이 때문에 향후 경제정책 주도권을 청와대가 더 많이 쥐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홍 후보자가 팀 워크를 중시하고 정책 협의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기수 차이가 별문제는 되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정부 한 관계자는 "굳이 얘기하자면 기수보다는 관계 장관, 주요 직위자 사이의 '궁합'이나 소통능력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내년도 예산안 심의 중에 부총리 교체가 발표된 것이 정국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인사청문회 등 임명 절차에 필요한 시간이나 김 부총리가 '책임을 다하겠다'고 공언한 점 등을 고려하면 내년도 예산안을 확정하는 법정 시한(12월 2일)까지는 김 부총리가 공식적인 지휘봉을 쥘 가능성이 커 보인다.

당국은 예산 심의에 실무적인 부분이 많기 때문에 구윤철 예산실장과 김용진 기재부 2차관 등이 필요한 대응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여야 대립이 첨예한 사안이 발생할 경우 경제부총리가 나서서 설득하거나 정면 돌파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하는데 교체가 예정된 상황에서는 이런 적극적 역할을 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한편, 이번 내정으로 경제·금융·통화 당국의 수장이 강원도 출신으로 채워진다는 점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홍 후보자는 춘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강릉, 이주열(66) 한국은행 총재는 원주 출신이다.

정부 관계자는 "과거 사례를 따져봐야 하겠지만 전례없는 일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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