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음악행사 도중 권총 30여발 발사…현장에 수백명 있어
총격범은 29세 전직 해병대원…아무말 하지 않고 스스로 목숨 끊어

▲ 총격 사건이 발생한 사우전드오크스 현장 인근 모습 [EPA=연합뉴스]
▲ 총격 사건이 발생한 사우전드오크스 현장 인근 모습
[EPA=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교외에 있는 한 술집에서 7일 밤(이하 현지시간) 20대 남성이 총기를 난사해 시민과 경찰관 등 12명이 숨지는 참극이 벌어졌다.

이번 총격은 지난달 27일 미 동부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유대교 회당(시너고그)에서 40대 백인 남성이 총기를 난사해 11명이 숨진 사건 이후 불과 열흘 남짓 만에 일어난 것이다.

지난 6일 끝난 미 중간선거를 앞두고 증오범죄로 추정되는 잇단 총격 사건이 일어난 데 이어 선거 직후 또다시 대형 총격 사건이 벌어져 미국 사회를 몸서리치게 하고 있다.

사건은 이날 오후 11시 20분께 LA에서 서쪽으로 약 60km 떨어진 벤투라 카운티 사우전드오크스에 있는 '보더라인 바 & 그릴'에서 발생했다.

미 언론과 현지 경찰에 따르면 총격범은 권총을 들고 바에 들어온 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내부에 있던 고객과 종업원을 향해 총을 난사했다. 목격자들은 총성이 30여 발 들렸다고 전했다.

총격 당시 바에는 대학생을 위한 컨트리 음악 축제가 열리고 있어서 수백 명의 대학생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자 중 상당수도 대학생인 것으로 전해졌다.

관할 경찰인 벤투라 카운티 경찰국 제오프 딘 국장은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 1명을 포함해 12명이 총에 맞아 사망했다고 밝혔다.

용의자도 현장에서 숨졌다. 경찰은 용의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용의자를 포함하면 모두 13명이 숨졌다.

용의자 신원은 전역한 해병대원 출신의 이언 데이비드 롱(29)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총격 동기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망자 외에 15명이 부상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부상자 중에는 총상을 입은 사람도 포함됐다.

경찰은 부상자 대부분은 총성에 놀라 달아나다가 다친 사람들이라고 전했다.

▲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인근 사우전드오크스에서 발생한 총격사건 현장에 8일(현지시간) 경찰이 출동, 주변을 통제하고 있다. 현지 언론은 전날 밤 한 남자가 총을 들고 사우전드오크스의 술집 '보더라인 바 & 그릴'로 달려 들어와 30여 발을 난사, 12명이 숨졌으며 이 남자도 현장에서 사망했다고 전했다.
▲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인근 사우전드오크스에서 발생한 총격사건 현장에 8일(현지시간) 경찰이 출동, 주변을 통제하고 있다. 현지 언론은 전날 밤 한 남자가 총을 들고 사우전드오크스의 술집 '보더라인 바 & 그릴'로 달려 들어와 30여 발을 난사, 12명이 숨졌으며 이 남자도 현장에서 사망했다고 전했다.

◇ 총격 순간 '15분의 공포'…수백 명 혼비백산

경찰은 용의자가 사람들로 붐비는 바에서 총을 발사했으며 첫 총격 신고는 7일 오후 11시 20분께 들어왔다고 밝혔다.

한 목격자는 LA타임스에 한 남성이 보더라인 바 & 그릴로 달려 들어와 총을 쏘기 시작했으며 최소 30발을 발사했다고 전했다.

LA타임스는 총격범이 연막탄을 던진 뒤 총을 쐈다고 전했다.

경찰과 목격자들은 넓은 댄스홀이 있는 이 바에서는 대학생들을 위한 컨트리 음악의 밤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면서 18세 안팎의 어린 학생들을 포함해 수백 명이 현장에 있었다고 말했다.

총격이 발생하자 현장은 아수라장으로 변했으며 사람들은 화장실에 숨거나 도망치기 위해 의자로 창문을 깼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술집 입구에 있던 한 목격자는 LA타임스에 "검은색 옷을 입고 검은 모자를 쓴 남자가 걸어들어오더니 정문 앞에서 일하고 있던 종업원을 겨냥해 총을 쐈다. 총격범은 턱수염이 있었고 몸에 문신이 많은 것 같았다"고 전했다.

이 목격자는 "총성이 들리자 바에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엎드렸다가 옆문을 통해 빠져나갔다. 창문을 깨고 나가기도 했다. 도망치는데 뒤에서 총 쏘는 소리가 계속 들렸다"면서 울먹였다.

21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현장에 있던 한 목격자는 친구들과 춤을 추다가 폭죽 같은 소리가 들려 돌아보니 한 남성이 입구에 권총을 들고 서 있었다고 말했다.

LA타임스는 총격범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상황이 진정될 때까지 약 15분간 공포가 이어졌다고 전했다.

▲ 美 LA 교외 술집 총격범 이언 데이비드 롱 [AP=연합뉴스]
▲ 美 LA 교외 술집 총격범 이언 데이비드 롱
[AP=연합뉴스]

◇ 범행동기 오리무중…총격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있는 듯

용의자는 45구경 글록 21 권총을 사용해 범행했다고 경찰은 말했다.

이 권총은 탄환을 10~11발 장전할 수 있는데 총격범이 캘리포니아에서는 불법인 '확장 탄창'을 사용한 것 같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이런 탄창은 총알을 더 많이 넣을 수 있다.

경찰은 총격범이 몇 발을 발사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범행에 쓴 총은 벤투라 카운티에서 팔렸다. 범인은 어머니 차를 몰고 바에 도착한 뒤 곧바로 범행한 것으로 보인다.

용의자인 롱은 별다른 전과가 없지만 지난 4월 정신적 문제로 소동을 일으켜 자택에 경찰이 출동한 적이 있다. 경찰은 당시 롱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앓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자택에 출동했던 경찰관은 롱이 매우 화가 나 있었지만 구금될 정도로 큰 소동을 일으키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 외 몇 차례 교통사고를 낸 기록이 남아있다.

딘 국장은 "테러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 바에 대학생 수백 명…숨진 경찰관 영웅적 대처로 더 큰 참극 막아

벤투라 카운티에서 25년 넘게 영업한 보더라인 바 & 그릴에는 이 지역에서 가장 큰 댄스홀이 있고, 인근에 대학이 많아 학생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이날 컨트리 음악의 밤 행사에는 대학생 수백 명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인근에는 캘리포니아 루테란대학, 칼스테이트대학 채널아일랜드 인 카말리요, 말리부 페퍼다인대학 등이 밀집해 있다.

사건 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캘리포니아 루테란대학은 8일 수업을 취소했다.

총격 발생 직후 인근을 지나던 고속도로순찰대 차를 타고 출동한 경찰관 론 헬러스가 총격범이 쏜 총에 맞고 숨졌다.

29년간 벤투라 카운티 경찰국에서 근무하고 내년 퇴직을 앞둔 헬러스는 총격범에 대응해 총을 발사했으며, 용의자가 쏜 총에 여러 발을 맞고 병원으로 옮겼으나 사망했다.

현지 경찰은 "헬러스가 영웅적으로 빠른 대처를 한 덕분에 더 큰 희생을 막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트위터에 "캘리포니아에서 일어난 끔찍한 총격에 관해 충분히 보고받았다. 경찰이 보여준 위대한 용기에 감사드린다. 모든 희생자와 유족에게 신의 가호가 있기를 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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