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죽음을 일주일 앞두고 수구초심(首丘初心)으로 고향을 찾았다.“봄이면 진달래가 피었고/설악산 눈이 녹으면/천렵 가던 시절도 이젠 추억…나의 가난한 고장 인제/봄이여 빨리 오거라”.이 시의 제목은 ‘인제’다.특히 죽기 3일 전,지금의 국민배우인 최불암씨의 어머니가 운영하는 선술집 ‘은성’에서 막걸리를 마시다 종이에 뭔가 써 내려갔다.동석했던 극작가 이진섭이 즉석에서 작곡했고,테너 임만섭이 노래를 불렀다.“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사랑은 가고 옛날은 남는 것…그 벤치 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나뭇잎은 흙이 되고 나뭇잎에 덮여서/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내 서늘한 가슴에 있네”.이렇게 만들어진 시가 ‘세월이 가면’이다.이날 첫사랑 여인이 묻혀있는 망우리를 다녀왔다고 한다.그는 1956년 3월 20일 밤 폭음 끝에 심장마비로 서른 살의 짧은 생을 마감하고 망우리 묘지에 묻혔다.죽어서도 여전히 고향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인제군은 그의 생가터에 박인환 문학관을 짓고,박인환 문화제를 개최하는 등 선양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그런데 올해는 선양사업을 전면 재수정하기 위해 문화제를 취소하고,대구의 김광석 거리 등을 벤처마킹하고,인물 브랜드화를 통해 지역을 알릴 수 있는 연구용역을 실시하기로 했다.여기에 시인의 묘 이전도 포함됐다고 한다.고향을 사랑했던 시인은 시인을 사랑하는 고향 사람들의 부름을 어떻게 생각할까.시인의 귀향이 기다려진다.
권재혁 논설위원 kwonjh@kad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