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여름 폭염이 생시던가 싶을 정도로 기온이 크게 떨어졌다.40도를 오르내릴 때가 언제냐고 따질 수도 없는 노릇이다.더우면 더운 대로 추우면 추운대로 거기에 맞춰 가는 것이 삶의 태도일 것이다.멀리 이름 난 산에 오를 것도 없다.엊그제 점심메뉴를 추어탕으로 했는데,다녀오는 길 도심의 가로수 잎들이 제법 울긋불긋 단풍이 들었다.아침저녁 기온의 낙차만큼 단풍은 빠르게 그 농도를 더해갈 것이다.
며칠 전 작심을 하고 아침운동을 나섰는데 아차 싶었다.긴팔을 챙겨 입고 이만하면 됐지 싶은 마음으로 나섰는데 금방 한기가 온몸으로 스며들고 맨손이 금방 오그라드는 게 아닌가.꾹꾹 눌러 참으며 잰걸음으로 몸의 온도를 높여가는 수밖에 도리가 없었다.하늘을 찌를 듯 까마득히 층수를 높여 가는 아파트 신축 공사장부근을 지나는데,저마다의 위치로 향하는 노동자들의 작업복이 어느새 두툼해져 있다.
돌아보니 절기는 이슬이 서리로 변한다는 한로(寒露)가 아닌가.철원의 아침기온이 0.4도까지 떨어져 긴 겨울을 예고하고 있다.낙엽이 물들고 찬바람이 불기시작하면 또 한 해가 저물어간다는 것을 실감하기 시작한다.노년에 접어들면 세월의 속도를 빠르게 느끼고 비감에 젖기 쉽다고 한다.나도 모르게 쉰 고개를 넘은 지 몇 해가 됐던가 하며 이리저리 가늠해 보고는 순식간에 꽤 멀리 왔다는 생각도 든다.
세월만이 아니라 사람 사는 것도 달라졌다.얼마 전 “지금 60살은 과거 40살에 불과하다”는 기사를 봤다.영국의 전설적 모험가 데이비드 헴플먼-애덤스가 내년 단독 대서양 항해에 나선다며 이같이 말한 것이다.세계 7대륙 최고봉에 오른 그의 나이 만61세다.환갑이니 칠순이니 하는 프레임에 주눅 든 이들에게 정신이 번쩍 나게 한다.100세를 넘어 120세 시대를 말하는 마당에 20살은 접고 사는 게 맞지 싶다.
김상수 논설실장 ssookim@kad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