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시절 남편에게 쓰레기 버려줄 것을 청하면 그날은 해주는데 그 다음 날은 안해주었다.남녀의 차이를 설명하는 책들은 안해주는 것이 아니라 못해주는 것이라한다.남성은 시키는 일 하나만 할 뿐 확장된 사고가 어렵다는 것이다.성향이 그렇다는 것을 어찌할까싶어 도움을 포기한 채로 굳어진 것이 내 인식속 남편다움이다.근데 요즘 젊은 아빠들은 요리와 육아를 비롯 집안일을 곧 잘한다.우리 세대의 남편다움과 젊은이들의 남편다움은 같은 단어 다른 뜻이다.‘∼다움’도 폭 넓게 진화하고 있다.

근데 이 답다의 명사형 ‘다움’이 오묘하다.일례로 ‘여성다움’에서 다움을 떼고 여성만 생각하면 고전적인 여성부터 현대판 알파걸까지 다 접수된다.근데 여성에 다움이 붙어 ‘여성다움’이 되면 완고한 협의의 정의가 된다.‘∼다움’이라는 단어가 주로 교과서적 정형의 틀에 초점을 맞추니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말이다.

오래전 본 영화였다.어느 마을에 성폭력 범죄가 연이어 일어났고 그 중 한 여인이 신고하자 몇 남성들이 잡혔다.형사는 그 신고 여인에게 범인을 지목하기 위해서는 성폭행을 당한 다른 여자들의 증언도 필요하다했다.그 여자는 같은 처지의 여성들을 찾아다녔다.증언을 하겠다고했다 번복하는 여자부터 자신을 알은체 하지 말라는 여자 문조차 안열어주는 여자까지 반응이 다양했다.모두 다른 형태의 피해자다움이다.

지난 주 안희정 재판부가 안희정의 무죄를 선고했고 그 이유중 하나로 ‘ 피해자다움이 없다’는 것을 들었다.사건 직후 여전히 자신의 일을 해낸 것이 피해자다움이 없다는 증거라 말한다.성폭력 피해자는 개인의 성향 상황 환경등에 따라 대처방법등이 다르다.획일적인 잣대만으로 피해자다움을 해석하는 것이 오류를 야기할 수도 있는 이유이다.

미투가 있어서 여성에게 조심했던 사회적분위기가 무죄판결후 완화될까봐 그래서 성범죄가 다시 만연할까봐 걱정이다.어렵게 꺼낸 피해자의 고통들이 해결되기는 커녕 또 다른 고통으로 침잠하는 것 같아 편치가 않다.안희정 무죄에 설왕설래가 이어지고있다.덕불고필유린 (德不孤必有隣) 진실과 정의는 동지가 있다. 조미현 기획출판부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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