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이나 한 것 처럼 한 집 건너 어김없이 ‘임대’ 표지가 나부낀다.그것도 파격 세일!문을 연 가게도 손님이 뜸하다.듬성듬성하다는 말.딱 어울린다.행인보다 업주가 더 많은 거리.그들의 입에서 ‘굶어죽겠다’는 하소연이 거침없이 튀어나온다.대통령의 인기가 시들해졌다는 얘기는 더 이상 뉴스거리가 아니다.일자리 정부를 표방했지만 ‘경제 성적표’는 최악.낙제 수준이다.그런데도 정책은 요지부동.일자리는 갈수록 줄어든다.

‘일자리 상황이 악화되고,취업 희망자가 늘어나면서 체감실업률은 역대 최고치인 두자릿수를 기록했다.조선과 자동차 등 주력산업 부진으로 제조업 일자리가 줄었다’.통계청이 발표한 경제 상황이다.그러면서 “공무원·공공 부문 채용 시험에 원서를 접수하는 청년층이 늘어나는 등 취업 준비생 증가가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덧붙인다.확장실업률이 11.8%까지 치솟은 상황을 이렇듯 간결하게 표현한다.다급함이 느껴지지 않는다.이래도 될까.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축소 등 정책실패에 대한 반성은 어디에도 없다.

It’s the economy,stupid(바보야,문제는 경제야).이 말이 회자된 건 1992년이다.아버지 부시대통령을 한 방에 날려버린 클린턴의 강력한 말 펀치!이 말은 무대를 달리하며 세계 지도자들의 운명을 바꿔놓고 있다.인기도 여전하다.섹스 스캔들과 러시아와의 거래 의혹,적대적 언론관 등으로 역대 최악이자 ‘이상한(weird)’ 인물로 낙인찍힌 트럼프대통령은 유례없는 경제호황으로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사학 스캔들로 곤경에 처한 일본의 아베총리조차 넘쳐나는 일자리로 강력한 지지를 받는다.이런 현상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결국 경제다.일자리다.도덕과 명분,이념은 차후의 문제.미국과 일본의 경제상황이 명확히 증명한다.강력한 경제호황을 무기로 무역전쟁에 나선 트럼프 앞에 전 세계는 속수무책이다.일자리가 갈수록 쪼그라드는 우리와 달리 미국은 6월과 7월,각각 21만3000개와 21만9000개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됐다.‘일자리가 얼마나 좋은지 더 이상 묘사할 단어가 없다’는 표현까지 등장한다.그저 부러울 따름.폭염에 신음하며 파리만 날리는 우리 소상공인들의 한숨소리가 나날이 깊어간다.

강병로 논설위원 brkang@kado.net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