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 줄을 삼킨 갈매기,플라스틱 빨대로 숨 쉬는 거북이,폐비닐을 먹는 물고기….꾸며낸 얘기가 아니다.‘플라스틱 바다’를 경고하는 실화다.어디 바다뿐이랴.지구촌 곳곳이 플라스틱과 폐비닐로 뒤덮이고 있다.무심코 쓰다 버린 1회용품이 수천 년이 지나도 썩지 않는 오염덩이가 되어 지구환경을 위협한다.멀리서 찾을 것도 없다.주변을 살펴보자.산간오지 계곡과 울창한 숲,한적한 바닷가 등이 예외 없이 플라스틱과 폐비닐로 신음한다.플라스틱이 빚어낸 1회용품의 저주!

플라스틱은 해양생태계 파괴의 주범.매년 1300만t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에 버려지면서 2050년쯤에는 물고기 개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그럼에도 전 지구적 차원의 노력은 미약하다.당장 우리가 문제다.2016년 기준,대한민국의 1인당 플라스틱 사용량은 98.2kg으로 세계 1위.실제 사용시간이 평균 10여분에 불과한 1회용 플라스틱 제품을 마구잡이로 쓰고 버리는 셈이다.플라스틱 과소비 국가로 낙인찍혀도 할 말이 없다.

플라스틱 폐해는 눈에 보이는 것에 머물지 않는다.눈으로 볼 수 없는 ‘미세 플라스틱’이 인체를 공격한다.미세먼지에 이어 또 다른 공포로 등장한 것.영국 맨체스터대학교 연구팀은 최근 “한국의 인천~경기해안과 낙동강 하구의 미세 플라스틱 농도가 세계에서 2,3번째로 높다”고 밝혔다.한국해양과학기술진흥원과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 공동으로 진행한 ‘해양 미세플라스틱에 의한 환경 위해성 연구’ 결과도 섬뜩하다.굴·담치·게·지렁이의 내장과 배설물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된 것.심지어 국내외 정수장과 수돗물에서조차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으니….

플라스틱 공포를 이대로 방치할 순 없다.대체재 개발과 함께 엄격한 규제가 필요하다.유럽연합은 2021년부터 1회용품 사용을 금지할 방침이며,케냐는 비닐봉지를 사용할 경우 4000만 원 이상의 벌금을 물리는 규제안을 내놓았다.대체재 개발도 주목 받는다.코카콜라는 사탕수수로 병을 만들고,SK 케미칼은 ‘썩는 플라스틱’을 선 보였다.효성은 옥수수로 원사를 뽑아 자동차 매트를,롯데케미칼은 식물자원에서 추출된 바이오 에틸렌글리콜을 원료로 바이오PET와 유아용식기를 생산한다.시민단체들은 ‘플라스틱 없는 삶’을 기치로 캠페인을 벌이고.모두 플라스틱의 저주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이다.

강병로 논설위원 brkang@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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