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 맞아 피서절정기
뜨거운 해변엔 아지랑이만
열대야 속 백사장 한밤 파티장
더위 피해 귀가 잊고 밤샘도

▲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23일 피서객들로 북적여야 할 강릉 경포해수욕장의 한 낮 풍경이 썰렁하고 야간에는 피서객들이 몰리고 있다.  구정민
▲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23일 피서객들로 북적여야 할 강릉 경포해수욕장의 한 낮 풍경이 썰렁하고 야간에는 피서객들이 몰리고 있다. 구정민
23일 낮 1시 강릉 경포해수욕장.충북 제천에서 온 박용성(69) 씨 부부가 해변 송림 한켠에 자리를 잡고,멀찌감치 바다를 구경하는 것으로 피서를 대신한다.각급 학교가 여름 방학에 들어간 피서 절정기를 맞아 원색의 물결을 연출해야 하지만 손가락으로 사람을 셀 수 있을 정도로 백사장이 한산하다.파라솔과 튜브 관리 및 대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현수찬(21)씨는 “오전에 튜브 3개를 빌려준 것이 전부“라며 “너무 더우니까 사람들이 쉽게 백사장으로 나서지 못한다”고 말했다.

낮 시간 내내 한산했던 경포해변은 뜨거운 해가 대관령 서편으로 넘어가고 서서히 어둠이 깔리자 생기를 되찾는다.밤의 경포해변은 거대한 파티장이다.이글이글 폭염이 지배했던 백사장에는 언제그랬냐는 듯 젊은 피서객들이 몰려 빈자리를 찾기 어렵다.도심의 열대야에 잠들지 못하고 해변으로 몰려든 피서객들은 자정 넘게까지 귀가를 잊었다.일부 피서객은 아예 밤을 샐 요량으로 백사장에 자리를 펴고 누웠다.

기록적인 폭염 때문에 해수욕장의 피서객 증가세도 주춤거리고 있다.강원도 환동해본부 집계에 따르면 동해안 93개 해수욕장은 22일까지 방문 피서객이 165만명으로 지난해 157만명 보다 5.4%가 증가하는데 그쳤다.속초와 삼척 등 일부 시·군은 지난해보다 오히려 피서객이 줄었다.지난해 여름 잦은 비로 해수욕장이 큰 타격을 받았다면,올해는 폭염 불청객이 큰 걱정거리다.경포해변의 한 편의점주는 “밤에는 그래도 사람들이 몰리지만,뜨거운 낮에는 피서지가 맞나 싶을정도로 한산하다”며 “매년 날씨 때문에 울고웃어야 하는 현실이 더 안타깝다”고 말했다. 최동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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