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수령·계엄령 발동요건과 절차 등 단순검토한 문건에 불과"
"법적 근거 없는 부대동원계획 등 실행계획으로 볼 근거 있어"

▲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탄핵정국 당시 국군기무사령부의 위수령과 계엄 검토 문건 작성 등에 대한 '독립수사단'을 구성하라고 지시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과천 기무사령부 입구. 2018.7.10
▲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탄핵정국 당시 국군기무사령부의 위수령과 계엄 검토 문건 작성 등에 대한 '독립수사단'을 구성하라고 지시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과천 기무사령부 입구. 2018.7.10

국군기무사령부가 작년 3월 박근혜 대통령 탄핵정국 때 촛불집회에 대응해 작성한 위수령 및 계엄령 검토문건이 단순검토인지 아니면 실행을 염두에 둔 준비계획인지를 놓고 군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만약 실행을 위한 준비계획이라면 내란 음모로도 연결지을 수 있는 위법성 사유라는 점에서 이와 관련한 판단은 매우 중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로 구성된 특별수사단이 규명해야 할 핵심과제이기도 하다.

'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이라는 제목의 10페이지짜리 기무사 문건이 실행계획이 아닌 검토 수준이라고 보는 쪽에선 위수령과 계엄령의 발동요건과 절차에 관한 합동참모본부 등의 규정을 짜깁기한 내용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한다.

한 예비역 장성은 12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해당 문건을 읽어봤는데 위수령과 계엄령에 대해 단순 검토한 것으로 그 이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이번 기무사 문건 사태는 공연히 정치적으로 침소봉대한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문건을 보면 위수령에 대해 '평화집회가 폭력시위로 변질되면서 경찰력만으로 중요시설 방호 및 시위대에 대한 통제 곤란'과 '서울특별시장 등 시·도지사가 치안유지를 위해 군 병력 출동지원 요청' 등 위수령 발령 요건을 명시하고 있고, 계엄령에 대해서도 시행 요건과 절차 등에 대한 규정을 나열하는 정도"라며 "전체적인 맥락에서 실행계획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육군의 한 영관급 장교도 "군은 작전계획을 만들어 놓고 대비하다가 상황이 발생하면 작전명령을 만들어 실제로 움직인다"며 "이번 기무사 문건은 계획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검토 수준의 문건"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반해 기무사 문건의 '향후 조치' 부분에 등장하는 '시행 준비 미비점 보완: 탄핵결정 선고일 한(限·까지)', '위수령 또는 계엄 시행준비 착수', '본 대비계획을 국방부·육본 등 관련 부대(기관)에 제공' 등의 표현을 볼 때 실행준비계획으로 볼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비육군 출신의 영관급 예비역 장교는 "기무사 문건에 나오는 몇 가지 표현은 실행계획으로 해석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며 '철저한 보안대책 강구 하(下) 임무수행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 등의 향후 조치 계획에 등장하는 표현을 근거로 삼았다.

그는 "일종의 계엄 선포 준비단계로 볼 수 있다"며 "당시 촛불집회는 평화적 시위였고 폭력시위로 변질될 조짐도 보이지 않았는데 이런 계획을 수립한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위수령 발령 때 동원 가능한 서울 인접 부대로 8·20·26·30사단과 수도기계화보병사단 등 5개 사단과 1·3·9여단 등 특전사 3개 여단을 지목하고, 계엄령 발령 때 기동성 등을 고려해 6개 기계화 사단, 기갑 2개 여단, 특전사 6개 여단으로 계엄임무수행군을 구성한다고 부대편성 계획을 명시했다는 점에서 실행계획이라는 시각도 있다.

군의 한 관계자는 "위수령 발령 때는 관할지역 부대만 동원할 수 있다. 예컨대 서울지역에 위수령을 발령하면 서울지역 부대만 동원 가능하다"며 "위수령 발령 때 서울 인접 부대를 동원하는 계획은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에서 나름의 (실행)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기무사 계엄령 검토 문건에 계엄사령관을 군령권을 가진 합참의장이 아니라 육군총장으로 임명한다고 명시한 것도 논란의 대상이다.

이 관계자는 "계엄법에 따르면 계엄사령관은 현역 장성 중 국방장관이 추천한 사람을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기 때문에 육군총장도 계엄사령관이 될 수는 있다"면서 "그러나 작전부대를 지휘해야 하는 계엄사령관은 군령권을 가진 합참의장으로 임명한다는 통상적인 개념과는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기무사가 군령권이 없는 육군총장을 계엄사령관으로 임명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육군사관학교 출신 중심의 육군이 계엄령 발령 이후 상황을 주도하려는 의도였다는 해석도 있다.

당시 이순진 합참의장도 육군이나 비주류인 3사관학교 출신이었고, 장준규 육군총장과 조현천 기무사령관, 한민구 국방부 장관 등은 모두 육사 출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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