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미국에 ‘100인에게 묻는다’라는 퀴즈프로가 있었다.100인에게 질문해서 많이 응답한 것을 맞추는 것이었는데 한번은 ‘빨간색하면 생각나는 것은’이라는 질문이 있었다.답은 신호등 우체통 소방차 스톱사인등이었다.이 대답의 빨간색은 극적이고 강렬해서 눈에 잘 띤다는 속성 그것이다.

지금 같은 질문을 한국인에게 한다면 ‘붉은 악마 내지는 자유한국당’이 뽑힐 것이다.2002년 월드컵 당시 붉은 악마 티셔츠 차림의 길거리 응원은 전세계에 보도되면서 수준높은 국민성이 칭송받았다.이때의 빨간 색은 즐거움과 열정 그리고 활기찬 기운을 오롯이 전하는 파워,그 힘찬 속성이다.책 매일심리학은 빨간색 조명을 비추면 사람의 악력이 평소보다 2배 강해진다는 프랑스 생리학자의 실험을 소개한다.

한국당 정체성의 빨간색이 이번 지선에서는 강렬하지도 힘차지도 못했다.그저 배척의 대상이었다.한국당후보로 대구시장에 당선된 권영진씨는 유세시 정장을 입으면 같이 사진 찍자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데 한국당 로고가 박힌 빨간 점퍼를 입으면 사진 찍자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어느 한국당 군의원 후보의 홍보물에는 당을 보지 말고 능력을 보고 뽑아달라는 글귀가 있었다.자랑스런 당이 숨기고 싶은 당으로 전락했다.

일등 보수 한국당에서 공천받고 그 빨간 점퍼를 완장처럼 내세우던 시절에 비하면 그 존재감이 너무 초라하다.아마도 색깔에 영혼이 있다면 한국당의 빨간색은 과거의 그 드높았던 위상을 곱씹으며 구겨진 자존심에 통탄의 눈물을 흘릴 것이다.

한국당의 패망을 보수의 궤멸이라고들 표현한다.궤멸의 뜻은 무너진 것에 더해 멸망까지를 이르는 말이니 극복의 난해가 예상된다.한쪽으로 쏠린 것도,상대가 싫어 나온 표도 칭찬받는 표로 계산하는 일등당의 오만함도 싫어서 울림만 느껴지면 돌아간다는 보수들 많다.근데 아직 반성이 덜된 모양새이다.리더십전문가 우즈박사는 사과는 반드시 ‘상황인식’이 선행돼야한다고 말한다.궤멸 사태의 옳은 상황인식은 한국당 의원들 각자가 패망원인의 장본인임을 자각하는 것이다.철저한 자성부터 재건은 시작된다.속죄는 말부터 아껴야한다.

조미현 기획출판부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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