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가지를 생각했다.하나는 반성,다른 하나는 겸손하게 받아들이기.사실,일곱 장의 투표용지를 받아들고 서너 차례 망설였다.내 한 표 때문에 우리의 삶이,미래가 뒤바뀔 수 있기 때문이었다.그 만큼 투표에 신중했다.내 한 표에 어떤 의미와 방향,무게가 있는지 수 없이 가늠하고 저울질했던 시간.마음을 가다듬은 뒤에도 몇 번이나 망설이고 고치기를 반복했다.그랬음에도 마음의 동요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학연,지연 등 각종 연(緣)에서 자유롭지 못했다.그 끈들이 머릿속을 어지럽힌 것이다.일곱 번의 투표는 그렇게 마무리됐다.

반성은 크게 세 가지다.첫 번째는 무비판적 공약 점검.이번 선거에서도 어김없이 사기(?)성 공약이 난무했다.모든 어르신께 원하는 일자리 제공,금강산 관광재개,지역특화형 관광벨트화,돈 안드는 교육 등 대통령도 하기 어려운 약속이 유권자를 현혹하고 선거판을 어지럽혔다.그런데도 많은 유권자들이 이의를 제기하거나 따지지 않았다.두 번째는 냉소와 무관심.후보자의 자질과 정치권의 구태 때문이기도 했겠지만 그들의 열정과 헌신을 제대로 살피지 못했다.마지막은 편승과 침묵,그리고 방조.이 부분이 가장 아프고 부끄럽다.

이번 선거는 이슈와 공방,정책이 실종된‘ 3無선거’로 불린다.선거 막판까지 무대를 주름잡은 건 북미 정상회담의 두 주인공,김정은과 트럼프였다.선거 당일까지 그들이 우리동네 앞마당을 서성거렸다.쫓아내기 버거웠던 상대들.그러나 그들은 홀연히 사라졌다.도대체 나와 내 이웃,우리동네와 그들이 무슨 상관인가.물론,관련이 있다.그러나 그 문제는 다른 차원에서 다뤄졌어야 했다.많은 유권자들이 그걸 놓쳤다.따지고 보면 모두 핑계!‘3無 선거’는 오롯이 내 삶을 방관한 유권자들의 책임으로 남겨진다.

선거는 끝났다.우리는 새로운 권력과 마주섰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질서를 구축해야 한다.거부할 수 없다.받아들이고 인정해야 한다.친숙했던 것들과 결별하고 새롭고 낯선 것들과 어우러져야 하는 상황.물론 선거전후가 다르지 않을 수도 있다.그러나 그건 착각에 불과하다.사람이 아니라 삶의 행태와 세상이 변하고 있다.그 변화에 보조를 맞추고 따라야 한다.그래야 우리 동네,내가 사는 지역의 시간표를 제대로 짤 수 있다.반성과 수용,6·13 지방선거가 남긴 숙제다.

강병로 논설위원 brkang@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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