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정상회담-김 위원장 서방 외교 데뷔
정상국가 지향 지도자 면모 드러내
트럼프에 친근한 제스처 보이기도
‘우리 발목잡는 과거’ 등 과감 발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다양한 얼굴로 세기의 담판을 벌이며 서방 외교무대에 본격적으로 데뷔했다.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그동안 은둔의 이미지를 벗어던진 김정은 위원장은 잇단 중국 방문에 이어 초강대국이자 지난 70여 년간 대립해온 적국 미국의 지도자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정상국가를 지향하는 지도자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였다.김 위원장은 회담장에 사회주의 국가 지도자의 상징인 검은색 인민복을 입고 나타나 전 세계의 이목을 한눈에 사로잡았다.

그는 이날 오전 정상회담장인 싱가포르 센토사 섬의 카펠라 호텔 입구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처음 대면했을 때만 해도 긴장한 기색이 엿보였으나 금세 미소를 짓는 등 여유를 찾았다.

1984년생인 김 위원장은 46년생인 트럼프 대통령보다 38살이나 어리지만 위축된모습을 찾아보기는 힘들었다. 김 위원장은 악수와 기념촬영을 마치고 걸어가며 트럼프 대통령의 팔에 손을 올리는 등 친근한 제스처를 선보이기도 했다.

언론에 공개된 김 위원장의 발언도 때로는 과감하고 거침이 없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단독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여기까지 오는 길이 그리 쉬운 길이 아니었다”며 “우리한테는 우리 발목을 잡는 과거가 있고 또 그릇된 편견과 관행들이 우리 눈과 귀를 가리고 있었는데 우린 모든 것을 이겨내고 이 자리까지왔다”고 말했다.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말에 귀를 기울이다 “아주 훌륭한 관계를 맺을 것이다. 의심할 여지가 없다”는 통역의 말을 듣고 환한 미소를 지으며 “하하하”하고 웃기도 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에 “많은 이들이 이번 회담을 일종의 판타지나 공상과학 영화로 생각할 것”이라고 농담을 섞어 말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140분간의 회담과 50분간의 오찬을 마친 이후에도 자연스럽고 세련된 외교 매너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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