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이 되면 여론조사의 객관성과 신뢰성은 어김없이 사회적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열악해진 조사환경으로 양질의 여론조사를 수행하는 것이 어려워졌고,전문성이 결여된 업체의 난립으로 조사결과의 정확성은 떨어졌으며,후보자는 여론조사를 선거운동의 방편으로 악용해 왔기 때문이다” 지난 2016년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여심위)가 발간한 20대 총선의 선거여론조사 심의백서에서 밝힌 선거 여론조사의 폐해를 지적한 대목이다.

여심위는 여론조사를 선거운동에 악용하는 것을 막고자 설치된 기관이다.그러나 “여론조사를 선거에 악용하는 폐단을 막기 위해 노력해 왔으나,지난 총선에서도 여론조사의 총체적인 난맥상이 여실이 드러났다”고 여심위는 고백한다.대표성 있는 표본을 추출할 수 있는 표집틀의 부재,조사기관의 전문성 부족,후보자와 결탁해 조사결과를 왜곡하고 조작하는 조사윤리의 실종으로 국민적 축제인 선거를 얼룩지게 했다는 것이다.

20여 년 선거 여론조사에 참여했던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선거 여론조사 결과를 접한 후보측의 반응은 대략 두가지로 나눠진다.자신이 파악한 판세와 여론조사가 맞아 떨어진다며 반기는 쪽과,도대체 조사를 어떻게 했길래 그런 결과가 나왔냐고 따지거나 항의하는 경우가 그것이다.물론 조사결과가 맞다고 반기는 쪽은 앞서고 있는 후보고,조사의 의문을 제기하는 쪽은 열세 후보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아가 만족스러운 조사결과를 받아든 후보는 이를 어떻게 하면 유권자에게 알려 유력후보로서 대세를 잡으려고 한다.반면에 열세 후보는 이 결과가 유권자에게 알려질까봐 노심초사 한다.상반된 이런 반응은 선거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지지도 추이가 선거판세에 일정하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하지만 선거과정에서 나타나는 여론조사 결과가 유권자의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는 근거는 아직 없다.오히려 선거판세에 따라 유권자의 선택이 좌우된다는 발상 자체가 유권자에 대한 모독에 다름 아니다.

선거 여론조사 기능은 유권자에게 선거판세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정당과 후보에게는 선거전략에 활용되는 기능을 해야 한다.그럼에도 여론조사를 왜곡하고 확대 재생산해 이를 선거에 악용하려는 행태는 중단돼야 한다. 천남수 사회조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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