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을 방불케 하는 더위가 이어지고 있다.어제 양양의 낮 최고 기온이 33.5도를 기록했다.전날 34.4도에 이어 이틀째 불볕더위가 이어졌다.삼척 강릉 춘천 홍천 영월도 30도를 웃돌았다.절기상 지난달 5일이 입하(立夏)였으므로 여름이 시작된 지 한 달이 지났다.최근 비가 자주 내리고 미세먼지 때문에 흐린 날이 많았던 점을 감안하면 덥다고 해도 이런 화창한 날씨가 여간 반가운 것이 아니다.무더위하면 7,8월 염천(炎天)을 떠올리지만 유월 더위가 만만치 않음을 알겠다.더위가 느닷없는 것 같지만 때가 된 것이다.

유독 더위가 뜨겁게 느껴지는 것은 기온 때문만은 아닐 것 같다.올 들어 눈과 귀를 의심케 하는 일들이 줄을 잇고 있다.지난 2,3월 강원도가 오래 공을 들인 평창 동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렀다.이 과정에서는 남북관계가 호전되고 4월27일과 5월26일 연거푸 판문점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여는 성과도 거뒀다.지금 미국과 북한이 오는 12일 싱가포르에서 정상회담을 앞두고 막판 조율을 거듭하고 있다.한반도 정세가 불과 6개월 전과는 180도 달라지고 있다.이전엔 상상하기 어려웠던 일이 한꺼번에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 유월은 엄청난 변화의 결실을 보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는다.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의 성패는 한반도 정세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다음 날 13일에는 전국동시 지방선거가 치러진다.앞으로 4년간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를 이끌어갈 일꾼을 뽑는 중요한 날이다.전날의 북미정상회담이 한반도의 주변정세와 국제질서를 재편하게 되는 것이라면 지방선거는 우리나라 풀뿌리민주주의의 초석을 놓는 날에 해당한다.앞으로 열흘 뒤에 다가올 이 두 가지의 일정이 우리나라의 내실과 외연을 다시 짜게 되는 것이다.

14일은 2018 러시아 월드컵이 개막되는 날이다.축구를 통해 전 세계가 하나의 공동체임을 확인하는 계기가 돼야 하겠다.지난 2002년 월드컵 개최국인 우리나라가 어떤 성적을 올릴 것인지도 주목된다.다시 눈을 안으로 돌려보면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의 후속조치를 위한 군사·체육·적십자회담이 이달 중 잇달아 열린다.유월 한 달에 엄청난 안팎의 거대 이벤트가 이처럼 빼곡하다.미국의 소설가 존 스타인벡은 “유월은 모든 가능성을 배태한 달”이라고 했다고 한다.모든 가능성이 현실로 바뀌는 유월이 되기를 소망한다.

김상수 논설실장 ssookim@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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