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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순의 미술평론] 프라도미술관의 루벤스

2018년 05월 26일(토)     한승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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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바로크다운 작가, 살아 꿈틀대는 색에 감탄
극적인 과장·세부의 희생
자유분방한 선·다채로운 색
완벽하지 않음이 빚어낸 효과
바로크 화려함의 정점 평가
'한복 입은 남자' 등 광범위 활약
유럽 전역 작품 양·성과 놀라움

▲ 루벤스 작 ‘파리스의 심판’
▲ 루벤스 작 ‘파리스의 심판’
어떤 사람이 예술가일까.괴팍스럽긴 하지만 자신을 작품과 삶으로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일까.세상 어디에도 없을 자신감으로 턱없는 주장을 하더라도 그래서 더 예술가답다고 평가되는 이들이 있다.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작품 세계를 펼칠 수 있어야 하는 예술가이기에 그렇다.완벽한 사람이 이런 예술가가 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세기의 천재를 넘어 천년에 있을까 말까한 밀레니엄 천재라고 평가되는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너무 빈틈이 없어 여기에 부적절해 보일 수도 있다.인상파 이후 자신의 삶은 불행했지만 가장 사랑받는 작가가 된 빈센트 반 고흐 때문은 혹 아닐까.인상파에 열광하고 있는 우리가 이런 생각을 증폭시켰을 여지는 다분하다.다소의 지적,도덕적 문제에도 불구하고 작가역량이 용인되는 것은 그런 결함이 오히려 탁월한 창조력 발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자 그런데 이런 예술가상(像)이 전통이나 근거가 없이 생겨난 것은 아니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인상파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전제가 되었던 바로크 작가들,그들의 존재감을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하는 이유다.

그런 유형에 가까운 바로크 작가에는 단연 렘브란트가 있다.한 때 엄청난 부를 누렸지만 만년의 몰락으로 극빈의 처량한 신세가 되었던 것이 그의 생애를 더욱 극화하는 이미지가 되고 있다.그와는 정말 다른 삶을 누린 작가가 루벤스다.가장 바로크다운 작가이자 바로크의 정점으로 평가되는 작가다.작품의 양과 성과 면에서 그 개인 자체가 바로 바로크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그림의 디테일은 종종 미완성인 채로 남겨졌고 밀려드는 주문에 엄청난 다작을 하였으며 풍만하기 이를 데 없는 여체를 숨김없이 다루었다.프라도미술관에서 볼 수 있는 그의 작품 ‘파리스의 심판’이 이를 증언하고 있다.질투의 여신이 던진 사과로 세 ‘미(美)의 여신’을 심판한 트로이 왕자 파리스,대가로 받은 유부녀 왕비 때문에 트로이전쟁이 일어난다는 신화 그림이다.극적인 과장과 세부의 희생에도 불구하고 화면의 화려함과 세련된 처리는 감탄을 불러일으킨다.활발하고 자유분방한 선과 다채로운 색은 살아 꿈틀댄다.완벽하지 않음이 빚어내는 놀라운 효과다.그러므로 ‘일그러진 진주’라는 바로크 뜻이 이처럼 어울리는 작가도 없을 것이다.

그의 성공과 당대의 찬사는 끊임이 없었다.어릴 때 사별한 부친은 고위 외교관이었다.그 자신도 외모와 언변이 받쳐주는 방대한 지식의 소유자였고 다섯 개의 언어를 능통하게 구사할 줄 알았다.때문에 전업은 아니었지만 자주 궁정외교관에 위촉되었다.영주와 같이 막대한 재산을 모았고 몇 개국에서 귀족 칭호를 받았다.유럽 여러 나라에 초빙되어 도처에 작품들을 남겼다.광범위한 활약이 그가 그린 ‘한복 입은 남자’까지 미친 것을 보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유럽이 조선을 ‘하멜표류기’로 알게 되는 때보다도 훨씬 앞선 때였다.하멜은 루벤스 말년에 태어났다.루벤스 당대에는 펠리페 4세 치하였는데,그는 특히 예술후원의 황금시대를 활짝 열고 있었다.그도 플랑드르와 스페인,아메리카대륙,아시아 먼 곳에 펠리페를 어원으로 하는 필리핀에 이르기까지의 광대한 영토를 가지고 있었다.그 왕가의 소장품이 오늘의 스페인 프라도미술관의 주요작품을 이루고 있다.플랑드르 출신 스페인 왕이자 신성로마황제인 카를 5세처럼,플랑드르 사람 루벤스의 작품이 스페인에 있는 미술관의 중요한 축을 이루게 되는 것은 이렇게 유럽 전체를 대상으로 한 그의 활동 결과였다.

많은 르네상스 거장들의 작품을 소유한 스페인 왕가의 소장품들은 루벤스의 모사 대상이 되었다.카를 5세가 떨어진 붓을 얼른 주워주며 황제의 시중을 받을 만한 작가로 칭송했던 티치아노 작품과 루벤스의 모작은 프라도미술관에 나란히 걸려 있다.루벤스의 화려함은 티치아노라는 이 르네상스 최고 작가의 작품을 차라리 평면적으로 보이게 할 만큼 활력이 넘친다.완벽함의 일탈,비틀어진 변형으로 강조점을 살리는 극적 효과,그게 바로크의 화려함이다.그 성공적 효과를 보며 예술가는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살피지 않을 수 없다.정교한 모범답안으로서 예술을 생각하지 않을 것은 의심의 여지없이 분명한 일이다.

>>> 최형순 미술평론가

정선에서 태어나 정선고·강원대를 졸업했다.서울대 미술이론 석사,홍익대 미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전북도립미술관 학예실장 등을 역임했다.1998년 구상전 공모 평론상을 수상하고 미술평론가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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