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체 세우고 나서 언론에 첫 공개…곳곳에 상흔 '처참'

▲ 세월호 화물칸 내부
▲ 세월호 화물칸 내부

"이곳은 자동차가 실렸던 화물칸인 D데크입니다"

24일 전남 목포신항에서 열린 세월호 내부 공개행사에 참여한 기자들은 거대한 녹 덩어리로 변한 화물칸에 첫발을 내디뎠다.

굽이굽이 모퉁이를 돌아 워킹타워에 오르자 지난해 인양 과정에서 램프(차량 출입 통로)가 잘려나간 화물칸이 시커먼 입을 벌리고 있었다.

▲ 세월호 선체에 진입하는 기자들
▲ 세월호 선체에 진입하는 기자들

찢기고 구멍 나고 조각난 선체 틈으로 스며든 빛이 시커먼 화물칸 내부를 비췄다.

미수습자 수습 과정에서 자동차를 끄집어낸 화물칸 내부에는 황량함마저 감돌았다.

곳곳에 엉클어진 전선 다발과 제멋대로 구부러진 철판 조각 탓에 조심스럽게 발길을 옮겨야만 했다.

기자들은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 관계자들을 따라 자동차가 이동하는 경사로를 올라 화물칸 한 층 위로 이동했다.

걸음을 멈춘 C데크 화물칸 구역에서 아래로는 기관실 입구, 위로는 객실과 연결하는 좁은 계단이 나왔다.

기관실은 정밀조사조차 이뤄지지 못한 구역이다.

선조위는 아직 안전장치가 확보되지 않았다며 기자들을 기관실 대신 객실 쪽으로 안내했다.

객실 쪽 계단 출구에서는 널따란 홀이 펼쳐졌다.

▲ 세월호 3층 중앙홀
▲ 세월호 3층 중앙홀

난간이 부러져나간 나선형 계단과 안내데스크로 이곳이 3층 중앙홀임을 알 수 있었다.

기자들이 밟고 선 나선형 계단은 지난해 왼쪽으로 드러누운 채 세월호 내부가 공개됐을 때 머리 위로 아득히 먼 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기자들은 거미줄처럼 엉킨 전선을 피해 천장이 주저앉고 녹가루가 떨어지는 중앙홀 내부를 카메라에 담았다.

나선형 계단을 오르자 단원고 남학생들이 이용했던 4층 다인실로 향하는 통로가 나왔다.

바닥 곳곳에는 사각형으로 구멍이 뚫려있었는데 선체가 누웠을 때 수색로를 마련하고자 절단한 흔적이다.

조각조각 떨어져 나간 선체의 흔적은 바닥과 벽을 가리지 않았다.

▲ 끊어진 세월호 좌현 앵커
▲ 끊어진 세월호 좌현 앵커
객실부 한편에는 침몰 당시 충격으로 철판 벽체가 안쪽으로 밀려들어 온 흔적이 고스란히 남았다.

짓이기고 주름진 협착 부분에 수습 과정에서 거둬들이지 못한 옷 가방이 끼어 있었다.

나선형 계단을 이용해 다시 3층으로 내려오자 주방과 선원들이 이용한 객실 자리를 근처에 일본어로 쓰인 안내판이 붙어있었다.

선체 사양이 적힌 안내판을 보니 세월호가 1994년 6월 일본에서 건조됐다가 국내로 매각된 사실이 새삼 떠올랐다.

3층 선수 인양 과정에서 끊어진 좌현 앵커 축이 갑판에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곳곳에 침몰 당시 흔적과 인양, 수습 과정에서 얻은 상처를 간직한 세월호 내부 공개는 3층 선미 타기실 입구에서 약 1시간 만에 마무리됐다.

이정일 선조위 사무처장은 "타기실은 배 방향타를 조종하는 기계실이다"며 "침몰 원인을 검증하는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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